한명숙 총리가 최근 주재하는 주요 회의에 관계부처 장관들이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총리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내각의 기강이 이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11일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한 총리가 주재한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위원회’ 회의에는 당연직 위원인 장관 15명 중 10여명이 불참, 차관이나 실ㆍ국장을 대신 참석시켰다.
이 회의는 금년도 교육ㆍ복지분야의 109개 사업에 총 4조2,746억원의 투융자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으나 농림, 해수, 건교, 문광부 장관 등 4~5명만 참석했을 뿐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복지, 행자부 장관 등 대다수 각료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회의 주제와 직접 연관성이 적은 부처의 장관들은 나름의 불참 사유를 대고 차관이나 실장을 보냈다”면서 “위원회 운영세칙에 대참(代參) 규정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의는 주요 국정현안 중 하나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대책도 논의했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나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참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실세였던 이해찬 전 총리 시절에는 장관들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했으나 한 총리 취임 이후에는 장관들의 출석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장관들의 불참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럽을 순방 중인 한 총리가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포르투갈 대통령과의 예방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도 공무원들의 준비 부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공직사회의 기강이 이완됐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신재연기자 po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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