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선족 아닙니까.”
중국 옌지(延吉)에 70만평 규모의 초대형 한민족 민속촌인 ‘진달래 문화원’을 건립하려는 재중동포 사업가 장용규(張龍奎ㆍ47) ‘연변진달래산업개발유한공사 회장은 사업 추진 배경을 묻자 대뜸 이같이 말했다.
장 회장은 “200만 중국 조선족의 뿌리인 이곳에 우리 민족정신을 알리고 계승하는 곳이 한 곳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을 성공시켜 중국 대도시와 한국으로 빠져나가는 젊은 인재들을 옌볜으로 돌아오게 하고픈 마음도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은 옌지공항 맞은편의 부지에 한국 전통혼례청, 한국 위인들을 알리는 영웅각, 청소년 종합 문화시설, 백두산 식물원, 한민족 전통의 영화촬영장, 한민족 궁궐 등을 건립하는 16억위안(1,87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을 2011년까지 끝마칠 계획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백두산과 옌볜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도 주된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9일께 1단계 사업 기공식이 열린다.
그러나 옌볜이 낙후되다 보니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다. 장 회장은 “옌볜이 외진 시골이라 중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머뭇거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를 기대했다. 그는 “진달래 문화원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북한, 러시아, 남한과 근거리에 있어 사업성도 괜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달래 문화원을 단지 중국 조선족 민속촌이 아닌 세계 한민족 민속촌으로 꾸밀 생각이다. 남북한의 문화와 건축양식, 조선족의 특색을 모두 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북한과 남한을 방문해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진달래 문화원이 결국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 소수민족 문화의 하나로 인식시켜 동북공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우려를 보내고 있지만 진달래 문화원측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진달래 문화원측은 “장 회장이 사업을 구상한 것이 10년 전”이라며 “소수민족으로서 오롯한 민속마을을 갖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상당수가 자체 민속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 조국이 있다고 해서 민속촌을 갖는 것이 어색하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옌볜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소학교 학력이 전부인 장 회장은 30년간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고 전 재산을 이번 사업에 모두 털어넣었다.
옌지=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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