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휴전협정을 맺은 지 16개월 만에 다시 교전에 들어갔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와 미사일 공격 재개를 경고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가 반대하는 새 평화협상안 국민투표를 7월26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투표 강행은 무장단체 하마스와 압바스가 이끄는 파타당의 심각한 내부갈등을 예고한다. 팔레스타인 평화가 고비를 맞은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은 8일 로켓 공격을 주도해온 팔레스타인 내무부 특수치안부대 총책 자말 아부 삼하다나의 피살로 촉발됐다. 그는 2004년 이래 이스라엘의 ‘암살’로 사망한 최고위급 인사다.
공교롭게 이튿날 이스라엘 함정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이 가자지구 북부 해변에 떨어진 사건이 기름을 부었다. 이 포격으로 유아 2명과 어린이 1명을 포함해 휴식을 즐기던 민간인 7명이 죽고 30여명이 부상했다.
참사에서 아버지와 5형제를 잃은 7살 소녀 후다 갈리아는 2년 전에도 이스라엘 포탄이 농장에 떨어져 가족 4명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유감을 표명한 뒤 무장세력 근거지를 포격하는 과정에서 포탄 1발이 탄도를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0년 10월 이후 이처럼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인 1,647명이 무고하게 죽었고 그 절반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희생됐다. 희생자 가운데 704명은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이스라엘 인권단체들도 비난에 나섰다.
하마스는 2005년 2월 체결된 휴전협정의 무효를 선언하고 즉각 20여 발의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한데 이어 11일 미국인 대학생을 납치했다가 석방했다.
이스라엘도 11일 가자 지구 북부의 팔레스타인 로켓 발사 부대에 보복 공습을 가해, 하마스 무장조직원 2명을 숨지게 했다. 하마스의 예민한 반응은 국내 정치일정과 연결돼 있어 이스라엘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압바스의 국민투표 강행에 대해 하마스 지도자 무시르 알 마스리는 쿠데타라며 투표거부를 촉구했다. 이번 선거는 그간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양측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띠고 있다.
투표에서 압바스가 승리하면 1월 총선승리로 주도권을 장악한 하마스로선 불신임 처지에 놓인다. 협상안이 부결되면 압바스가 정치위기를 맞고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당분간 물 건너 가게 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인 대다수가 압바스의 새 평화협상안에 찬성하고 있다. 하마스로선 악화된 대 이스라엘 여론을 활용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교전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
새 평화안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등을 돌려주면 이전 점령지는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해주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하마스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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