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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2년 연착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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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2년 연착된 패배

입력
200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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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거세게 몰아친 탄핵의 역풍 속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추미애 민주당 최고위원은 양당의 구원투수로 나서 3보일배를 하는 등 민심을 돌이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주의세력이 과반수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열린우리당 간판만 달면 후보자의 자격과 상관없이 ‘소나 개나’ 모두 금배지를 딸 수 있었다. 한마디로, 금배지를 주운 것이다.

●17대 총선과 5·31 지방선거

이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민심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5ㆍ31 지방선거의 결과는 17대 총선의 분위기가 먼 옛날이 아니라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 즉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이변이거나 새로운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2년 전 17대 총선에 일어나야 할 것이 2년 연착된 것, 2년 늦어진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2년 늦어진 만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의 정도가 증폭됐을 따름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다소 생소하고, 충격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발전해야 했던 노무현 정부의 초기 행적을 조금만 되돌아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탄핵 당시 노무현 정부는 호남의 지지에 의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의 북한송금 문제를 파헤치고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듦으로써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이 비판적으로 돌아서 있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절제되지 않은 언어와 독선, 불필요한 전투적 스타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민심의 이반을 자초했다.

선거과정에서 매력이자 강점이라고 생각됐던 직선적 언행들이 대통령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약이 이제는 독이 된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들을 보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70%대였지만 노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주장도 60%대였다.

설상가상으로 탄핵 전날 노 대통령은 야당과 여론의 사과 요구를 무시하고 강경대응을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자 여론은 노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고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문제삼은 대우건설 사장이 대통령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자살을 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3골짜리 자살골을 넣은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실제로 탄핵을 강행하는 대신 대통령의 오만을 성토하며 총선을 치렀다면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참패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이 지면의 ‘자폭의 정치’(2004년 3월 16일자)에서 지적했듯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미련하게도 탄핵을 강행하는 10골짜리 자살골을 넣는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탄핵을 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본정서를 무시한 악수를 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자살골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2년 연기해준 것이다. 결국 17대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차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에는 탄핵 같은 자살골을 넣지 않은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2004년의 총선 승리가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봐라. 지식인 등 주류사회가 뭐라고 비판하든 나는 이긴다”는 자기확신을 심어줘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자성과 정정의 기회를 박탈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변함없는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 두 번의 선거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 등이 보여주듯이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절제되지 않은 언어와 독선 등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고들 하지만, 노 대통령을 보면서 “말로 일어선 자 말로 망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강개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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