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스크린 1,800여개. 멀티플렉스의 보편화에 힘입어 관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꿈의 기록’이라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여러 편에 달한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 영화계의 호황 이면에는 ‘다양성의 불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국내 개봉 영화의 95%가 한국과 미국 영화로 채워지면서 상업성과 거대 배급사의 시장 논리에 밀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이 스크린을 잡지 못한 채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KBS가 다양하고 독특한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의 ‘볼 권리’ 충족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세계 각국의 우수 영화를 극장과 TV를 통해 동시 상영하는 ‘KBS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극장 개봉 후 시차를 두고 DVD, 비디오, TV 등의 매체를 순차적으로 옮겨가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제한적인 감상 환경이지만 안방에서 편안하게 신작을 보고 싶은 사람은 TV로, 영화의 감동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은 극장으로 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개봉 방식이다.
상영작은 2006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합작 스릴러 영화 ‘갱스터 초치’(‘Tsotsi’)와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와 다니엘 오테이유 주연의 ‘오르페브르 36번가’(‘36 Quai Des Orfèvres’), 장 르노 주연의 액션 스릴러 ‘늑대의 제국’(‘L'Empire Des Loups’), 케냐를 배경으로 한 백인 여성과 마사이 원주민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독일영화 ‘화이트 마사이’(‘Weissi Massai’) 등 총 4편이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TVㆍ극장 완전 동시 개봉 방식과 달리 15~29일 극장에서 먼저 페스티벌 형식으로 상영한 후 TV 프로그램 ‘토요명화’의 특집으로 4주간 한 편씩 방영할 예정이다. KBS는 프리미어 페스티벌이 상영될 롯데시네마(영등포ㆍ부평점)와 KBS 홈페이지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을 수렴, 극장 전국 개봉과 TV 방영 스케줄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디지털 매체와 일부 지상파 TV 방송사들조차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화를 찾고자 하는 노력 대신 이미 개봉된 영화만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며 “KBS 프리미어 페스티벌이 관객의 욕구 충족과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