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추진하는 공립 초ㆍ중ㆍ고 교장 공모제가 표결에서 한 표 차로 부결되고, 일부 위원이 사퇴함으로써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게 됐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어떤 면에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지금처럼 졸속으로 추진하다가는 부작용의 폐해만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사회에 안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 공모제는 현행 교장 자격증 제도를 없애고 교사 생활을 10년 이상 한 사람이면 누구나 공모에 응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좋은 학교를 만들려면 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만큼 연공서열에 따른 자동 승진 시스템보다는 우수한 인재풀을 널리 활용하자는 취지다.
최고경영자(CEO)나 교수 출신 등 경영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를 배제한 점은 납득이 안 가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 교장 공모제를 하는 나라가 많다는 점에서도 취지는 별로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공모에서 채용까지를 결정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의 상당수가 교사들인 만큼 교사들에게 잘 보이는 인사가 낙점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을 뽑아 준 교사들에게 채찍을 휘두를 수 없어 학교 개혁에 마이너스라는 우려가 많다. 학운위에서 누구를 교장으로 밀 것이냐를 놓고 파벌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염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차단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고작 6개월간 논의한 안을 내년부터 당장 적용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좀더 정교하게 다듬은 안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시범 실시를 확대함으로써 우리 토양에 맞는 제도로 정착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더구나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볼 때 교장 공모제란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사들에 의한 교장 직선제를 포장만 바꾼 것’이라는 의혹을 불식하지 않고는 현장에서 무리 없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도 혁신위 업무라고 팔짱 끼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지혜와 경험을 모으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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