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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홉 번째 의장 내세운 '비대위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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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홉 번째 의장 내세운 '비대위여당'

입력
2006.06.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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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김근태 의원을 새 의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5ㆍ31지방선거 참패를 반성하고 새 진로를 모색하는 과도체제다. 오만 분열 무능으로 일관한 데 대해 철저하게 외면당한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비상 체제로 존립을 이어가는 신세다. 왜 그런 처지로 전락했는지, 무엇을 해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똑바로 아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으로 열린우리당은 비대위를 네 차례, 당 대표를 아홉 차례나 바꾸는 희대의 기록을 세웠다. 정당으로서는 고사하고 여당으로서의 위상을 말하자면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걸맞은 처지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는 새삼 거론할 여지도 없다고 하겠다. 여당의 건설적 역할에 대해서는 언론과 여론을 통해 귀가 아플 만큼 들었을 것이다. 새로 깨달아야 할 것이 그리 거창하고 새삼스러운 것들이 아니다.

뻔한 문제들에 대해 바로 자신들이 귀를 막고 눈을 감았던 결과라는 평범한 사실만 제대로 깨우쳐도 실패에 대한 처방은 수월해진다. 김 의장은 어제 “국민생활을 외면하는 소모적인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제 와 다시 서민경제를 강조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싸늘하다.

말로만 하는 정치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의욕만 앞세운 공허한 정치실험들은 충분했다. 이런 내부 행적에 대한 반성이 철저해야 한다. 반성은 과거의 부정에서 시작된다.

김 의장은 “민주화 운동 한 것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지 말라는 것으로 듣겠다”고 했다. 민심을 그렇게까지 파악한다면 그런 각오를 변신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청와대나 정부의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면 그런 것까지 이끌어내는 데도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동산이나 세제 등 선거 전후로 문제가 된 주요 정책에 대해 격렬한 노선 논쟁을 벌이더라도 다수 국민이 납득하는 조정과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수한 반성과 다짐을 하고도 겉치레로 지나온 타성이 반복된다면 그야말로 당의 존재 자체가 보장될 수 없을 것임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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