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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 EEZ협상 좀 더 넓은 안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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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 EEZ협상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입력
2006.06.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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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협상이 오늘부터 일본에서 열린다. 2000년까지 4차례 회담이 결렬된 데다 독도 영유권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열리는 회담이어서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삼 애국적 주장을 하기보다 EEZ 문제의 본질과 대응 전략을 차분하게 살피는 것이 유익할 듯 하다.

우리 정부는 울릉도와 일본 오키 섬을 두 나라 EEZ의 기점으로 삼자던 입장을 바꿔 훨씬 외곽의 독도를 우리측 기점으로 하는 새 제안을 들고 나간다. 일본이 독도 수로조사를 시도, 공세적 태도를 보인 것에 강경하게 맞서는 전략이다.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를 양쪽의 EEZ 기점으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새 제안은 독도 영유권 시비를 일축하는 상징적 의미는 있겠으나, 협상 진전은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하다.

이런 강경 전략은 언뜻 애국적 정서에 부합한다. 또 독도에 관한 배타적 권리를 거듭 확인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영유권과 EEZ 획정은 별개 문제다.

독도 영유권은 역사적 연원에 기초한 양보할 수 없는 권리지만, 영해 바깥수역의 경제적 이용권을 정하는 EEZ의 경계는 마주 보는 국가 사이의 합의를 토대로 성립한다. 합의가 없으면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은 구호는 무의미하다.

특히 우려할 것은 독도 기점은 국제법 상 보편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점이 있고, 남ㆍ서해의 EEZ 획정에 불리해 더 큰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는 독자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유엔해양법협약이 배타적 수역을 인정하지 않는 돌섬에 가깝고, 이를 굳이 기점으로 내세우면 일본과 중국이 다른 해역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에 맞서기 어렵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냉철한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애국적 정서나 정치적 이해보다 ‘바다는 법이 지배한다’는 격언을 좇아 국제법 원칙에 충실한 자세를 보이는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그게 진정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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