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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는 과연 종착역에 다다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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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는 과연 종착역에 다다랐나

입력
2006.06.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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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사

W. 워런 와거 지음ㆍ이순호 옮김 / 교양인 발행ㆍ1만8,000원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 희망 콘서트

에릭 드 리에마탱 지음ㆍ최정은 옮김 / 눈과마음 발행ㆍ1만8,000원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미국의 네오콘 학자가 더 이상 역사의 발전이 없는 영원한 자본주의 세상의 도래를 주장한 ‘역사의 종말’이란 책을 펴냈다. 좋든 싫든 신자유주의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옹호와 체념, 반발은 교차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 체제는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미래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끊임없이 기술 혁신만 일어날까, 아니면 역사 발전의 여지는 남아 있긴 하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책 두 권이 나왔다. 하나는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비창(悲愴)’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 희망 콘서트’는 기술의 역사적 관점이나 자본적 측면엔 거의 눈을 돌리지 않고 ‘혁신’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100년 뒤의 세계를 바라보는 이 책은 그래서 ‘장밋빛’일 수 밖에 없다. 현대 사회의 기술 개발은 두꺼운 안경을 쓴 박사가 연구실에서 혼자 끙끙대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국가나 자본의 논리에 따르는 만큼 국가 자본을 쏙 뺀 순수한 기술 발전이란 관점에는 절망이나 비탄, 고통 등 역사의 굴곡이 자리잡을 곳이 없다. 그래서 ‘역사의 종말’식 사고와 맥을 같이한다. 예를 들어‘2022년 에어버스의 ‘하늘을 나는 궁전’ A380이 뜬다’는 대목에서 편리함이나 서비스 등만 얘기되는 식이다.

그래도 이 점만 감안한다면 이 책은 훌륭한 미래 기술 전망 보고서다. 2006년부터 2100년까지 매년 하나씩 소개하는 95개의 미래상이 저자 혼자만의 치기어린 공상이 아니라 유럽의 내로라 하는 과학 분야 전문가들로 짠 과학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어떤 필요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난다는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설명이 붙은 ‘실현 가능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2038년 시각장애인용 GPS 등장’, ‘2058년 지하 초고층 아파트 건설’ 등 목차를 먼저 보고 기술을 상상한 뒤 내용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류의 미래사’는 기술보다는 세계 체제적 관점에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살핀, 좀 음울한 예언서다. 미국의 대표적 미래학자가운데 한 명인 저자는 삐딱한 미국 지성, 특히 세계체제론자들의 본거지이던 뉴욕주립대 수훈 교수라는 직함이 보여주듯 고통 속에 격변하는 인류의 미래 역사를 그린다. “역사의 종말이라구? 웃기는 소리 마셔”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화에 따라 초거대 기업(Megacorps)로 발전, 세계무역컨소시엄을 결성하고, 2015년께 12개의 초거대 기업이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게 된다.

세계는 초거대 기업과 이들의 꼭두각시인 기존 선진국들의 ‘빈 체제’ 아래 떨어진다. ‘세계당’이라는 저항 세력이 지하에서 뿌리를 뻗고 세포를 뿌리고, 미국에서 빈 체제 이탈을 주장하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자 세계는 순식간에 핵 전쟁의 광풍에 휘말린다.

폐허가 된 지구를 장악한 세계당은 세계를 1,000개의 단위로 나눈 일종의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지만(한국은 기존 체제를 수호하려 맞선 선진 국가의 하나로 나온다), 세계는 민족 등의 자율성과 문화를 인정하는 크고 작은 공동체의 자치 시대로 재편돼 간다. 이밖에 우주로 진출한 지구의 후예들은….

‘핵심부, 주변부, 반주변부’라는 세계체제론의 핵심 관념이 관통하는 이 책은 2200년 역사학자가 손녀에게 200년간의 역사를 얘기해 주는, 공상과학 소설 형식이다. 역사는 이렇게 간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선택을 주는 열린 구조여서 미국에서도 유명한 미래학 책이라 한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역사적 감수성을 발휘해 일관되고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역설하며, 우리에게 현실감과 선택권을 동시에 준다”고 평가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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