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竹防簾)을 아십니까.”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일부 어촌에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 원시어업인 죽방렴이 관광자원으로 부활하고 있다.
죽방렴은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이 얕은 물목의 개펄에 참나무 막대기를 줄지어 박은 뒤 이 사이를 가느다란 대나무로 발처럼 엮어 바다를‘V’자 모양으로 막는 방식의 어업이다. V자의 아래 꼭지점 부분에 임통을 설치, 유인된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임통은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자동으로 닫히는 불룩한 형태의 통을 말한다.
어민들은 잡힌 물고기들을 하루 2~3번 조심스럽게 뜰채로 건져내는데 멸치가 80% 이상이다. 죽방렴으로 잡힌 멸치는 물량이 적은 데다 신선도가 높고, 건져올린 직후 샤브샤브식으로 살짝 데쳐져 원형이 유지되기 때문에 ‘참멸치’ 또는 ‘금치’로 불린다. ‘죽방렴 멸치’의 가격은 일반 멸치의 10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죽방렴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은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 지족해협, 사천시 저도 마도 늑도 일대 뿐이다. 이곳에는 모두 47곳의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대부분 대물림 어가(漁家)들이다. 이들은 죽방렴으로 연간 40~50톤의 멸치를 잡아 20억~3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국내 죽방렴 어장은 한때 수 백 곳에 달했으나 1970년대 이후 신규 어장 면허가 제한돼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죽방렴의 유지ㆍ보수비를 절약하기 위해 참나무 말뚝 대신 쇠말뚝을 사용하고 대나무 발 대신 멸치가 빠져 나갈 수 없는 그물을 사용하고 있어 원시어업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해군은 삼동면 지족마을에 육지와 죽방렴을 잇는 100㎙ 길이의 관람대를 제작했다. 지족마을은 최근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이달의 어촌’으로 선정됐다. 군은 또 ‘죽방렴 멸치’에 지역 특산품임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사천시도 죽방렴을 체험어장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4대째 죽방렴 어업을 해오고 있는 전태곤(50ㆍ사천시 선구동)씨는 “죽방렴 유지ㆍ보수에는 경비와 손길이 많이 들지만 가업이어서 계속해오고 있다”면서 “가짜 죽방렴 멸치가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 차원의 공동브랜드 개발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해=이동렬기자 dylee@hk.co.kr사천=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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