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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전세계 팬들 어울려 '우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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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전세계 팬들 어울려 '우리는 친구'

입력
2006.06.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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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my? We are all champions!”(적이라니? 우린 모두 챔피언인데!)

9일(한국시간) 월드컵 개막식이 치러진 독일 남부도시 뮌헨의 마르엔 광장. 독일 젊은이들의 자유 광장이자 맥주의 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월드컵 해방구다.

전세계에서 모인 축구 팬들이 팀 유니폼을 입고 대형 국기를 펼쳐 들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저마다 야외카페에서 맥주 한 잔씩을 걸치고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

창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멕시코 팬과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팬, 붉은 옷으로 도배를 한 코스타리카 팬, 그리고 태극기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까지. 모두가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한 팀의 응원가가 끝나면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붉은 악마 서너 명이 멋진 응원을 펼칠 때면 광장전체에 대~한민국의 구호가 넘쳐 났다. 코스타리카 응원단이 한목소리를 낼 때도 광장이 떠나갈 듯 했다. 배낭여행을 온 최성경씨는 “월드컵 경기보다 더 감격스러운 장면”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개막전에서 맞붙을 독일과 코스타리카 팬들은 곳곳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월드컵을 즐겼다. G조의 앙숙인 한국과 스위스 팬들도 나란히 축제에 장에 스며들었다. 팬들은 저마다 상대팀을 챔피언이라고 추켜세우기 바빴다.

독일의 한복판이지만 공용어는 영어였다. 유창할 필요가 없었다. “Hello, where are you from? I’m fromㆍㆍㆍ” 이면 끝이다. 그 때부터는 모두가 친구고 축구 팬이다.

모두가 어눌한 발음에 짧은 단어만 나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대화가 그치지 않는다. 축구에 관한 이야기라면 아무리 짧은 영어라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인종도, 언어도, 국경도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유창한 영어가 남을 배려하지 않은 무례한 행위로 간주된다. 호주 멜버른에서 왔다는 브라운씨는 “내가 긴 이야기를 하면 남들이 불편할까 봐 일부러 단어만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포토(Photo)’라고 외치면 브라질 팬과 크로아티아 응원단이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비어(Beer)’라는 한마디에 독일 팬들과 코트디부아르 팬들이 잔을 마주치며 단숨에 비웠다.

뮌헨(독일)=손재언 기자 chia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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