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제거하는데 성공했으나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9ㆍ11 테러의 주범인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아직도 미군의 추적을 피해 건재하기 때문이다. 테러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의 산악 지대에 은신한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를 체포하기 위한 추적망을 바짝 좁힐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8일 “미국이 이라크전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중심 전선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옮겼었다”며 미국의 다음 표적은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라고 지적했다.
칼 에이켄베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빈 라덴을 찾아 체포할 때까지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빈 라덴의 소재 추적은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 목표이다. 미국은 2003년 빈 라덴이 아프간 국경 토라 보라의 동굴 은신처에 숨어있을 때 체포할 뻔했다가 놓치는 등 번번이 추적에 실패했다.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는 올 4월 각각 육성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건재를 과시하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알 카에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앤서니 코즈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이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는 숨진 알 자르카위와는 달리 테러 작전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상징적 존재로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알 자르카위에 비해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8일 “알 자르카위의 사망이 세계 알 카에다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의 조직과 테러 활동은 별로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의 테러 전문가 도미니끄 토마는 “알 자르카위는 알 카에다의 국제 활동을 변화시킬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다만 그의 죽음은 미국에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도 아프간에서 훈련을 받은 뒤 바그다드의 알 카에다 조직 결성에 관여한, 이집트 출신의 아부 모하메드 알 마스리가 알 자르카위의 공석을 메워 이라크 내 알 카에다의 저항활동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 알 카에다는 알 자르카위의 죽음을 ‘순교’라고 선전하며 지하드(성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톰 랜토스 의원도 “알 자르카위가 죽었다고 해서 테러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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