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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MMS 졸속 추진에 비난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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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MMS 졸속 추진에 비난 화상

입력
2006.06.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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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을 HD(고화질)로 즐기려고 큰 돈 들여 HD TV를 샀는데 화질이 나빠지다니…. 전 경기를 HD 중계한다고 떠들 때는 언제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건가.”

지상파 디지털TV의 멀티모드서비스(MMS) 시험방송의 여파로 HD 방송 화질이 떨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방송사에 비상이 걸렸다. 또 방송위원회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 없다”는 방송사측 말만 듣고 충분한 기술적 검토 없이 시험방송을 허용한 것으로 드러나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MMS 화질 논란 일파만파

MMS는 디지털 방송용으로 할당된 채널을 쪼개 HD 방송 외에 SD(표준화질), 오디오, 데이터 방송 등을 동시에 제공한다. 방송위는 월드컵 기간 중 서울 및 수도권에서 시험방송을 허가했으며, MBC SBS EBS는 5일부터, KBS는 8일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HD 화면의 색상이 흐려지거나 자막이 뭉개지는 등 화질 열화 현상이 발생하고, 심지어 화면이 정지하거나 깨진다는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9일까지 방송위에 접수된 시청자 불만 건수만 500여건. AV코리아(www.avkorea.co.kr) 등 인터넷 동호회는 MMS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HD TV를 판매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에도 불똥이 튀었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방송사에 광고를 주지 말라는 소비자 항의전화도 받았다”며 “월드컵으로 호기를 맞은 HD TV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보통신부는 방송사, 가전업체 등이 참여하는 기술검증위원회를 구성키로 했고, 방송위도 12일 방송사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기로 했다.

화질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기존 HD방송은 19Mbps(초당 19메가비트 전송)의 1080i 방식인 반면, MMS의 HD방송은 13~15Mbps에 720p 방식으로 변환해 내보낸다. KBS 관계자는 “두 방식은 화면처리 방법만 다를 뿐 해상도에 큰 차이가 없고 실제 실험결과 화질 열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동호회의 ‘민간’ 전문가들 주장은 다르다. 한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비트레이트(디지털 전송속도)가 19Mbps에서 13Mbps로 떨어지는데 어떻게 화질 열화가 없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1080i로 제작된 화면을 720p로 변환하면 화소수가 200만에서 100만으로 떨어지고, 상당수 셋톱박스가 1080i 환경에 맞춰 제작됐기 때문에 720p 방식을 소화하지 못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가전업체 관계자들도 “현 방식으로는 화질 열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송위 졸속 행정 논란

MMS 허용은 HD 구현에 초점이 맞춰진 디지털TV 정책을 다채널 서비스 병행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방송위는 시험방송을 허용하면서 충분한 기술 검토와 여론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방송위 관계자는 “시험방송이 문제점을 점검하고자 실시하는 것인 만큼 이 기간 중 드러나 기술적 문제점 등을 검토해 본 방송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방송 활성화에 분수령이 될 월드컵 기간에 HD 화질 논란을 자초함으로써 오히려 디지털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MMS 시험방송을 HD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하도록 조건을 단 것은 HD와 다채널 서비스 모두에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전문가는 “MMS는 낮 시간에 한해 실시하도록 하고, 월드컵 경기 중계 등으로 HD 수요가 높은 밤 시간대에는 풀 HD 서비스를 하도록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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