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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산 찾는 '심마니 변호사' 전훈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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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산 찾는 '심마니 변호사' 전훈일씨

입력
2006.06.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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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紅)더덕이다!.”

몇 걸음만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울창한 참나무 숲에서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뿌리가 빨간색을 띠는 홍더덕은 더덕 중에서도 약효가 뛰어난 것. 100뿌리를 캐면 겨우 한 두 뿌리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하다. “아까도 캤는데 또 나왔단 말이야?”

지난 4일 충북 영동 삼도봉 자락의 깊은 산속에서는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희열에 찬 외침이 간간이 들렸다. 어두컴컴한 삼림 비탈에서 땅을 헤집는 사람들 가운데 건장한 체구의 한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능숙하게 산을 타고 다니며 더덕 넝쿨을 발견하고 이를 캐내는 솜씨가 영락없는 산사람이다.

낡은 전투화에 군복바지, 점퍼를 걸쳐 입고 산을 누비는 이 사내는 전훈일(39) 변호사. 2년 전까지 검사였고 현재는 대형 로펌에서 꽤나 잘 나가는 변호사이다. 이쯤하면 그가 취미로 산에 다니며 산나물이나 뜯겠거니 하겠지만 알고 보면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산삼을 14뿌리나 캐낸 진짜 심마니다. 주말에만 심마니로 변신하지만 1년 내내 산에서 사는 웬만한 심마니들보다 ‘심’을 많이 본 것이다.

골프나 등산 등 고상한 취미를 제쳐두고 그는 왜 곡괭이를 들고 다니는 심마니가 됐을까. “공직에서 물러난 후 좀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오랜만에 맡아보는 산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건강도 다지고 운 좋으면 산삼도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나요?”

전북 진안 출신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농사도 짓고, 심도 찾으러 다녔다. 산야에서 나는 각종 나물과 약초를 구별하는 방법도 그때 익혔다.

그가 신비의 영초를 만난 것은 2004년 7월 4일 새벽. 전국에 태풍주의보가 내리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이었다. 10여분쯤 산행을 했을 무렵, 산 정상 부근의 바위 벼랑 밑 참나무가 우거진 곳에 말로만 듣던 산삼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나 같은 초보 심마니 앞에 산삼이 나타나다니 믿어지지 않았죠. 같이 산에 오른 일행을 향해 ‘심봤다’를 외쳤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어요. 세번째 외치니까 그때서야 사람들이 오더군요.”

발견된 산삼은 열 뿌리로 모두 씨앗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싹을 틔운 천종이었다. 이 가운데 1개는 가지가 3개인 3지(枝)에 30~40년생이었고 나머지는 가지가 2개인 20~30년생으로 가격으로 치면 모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이었다.

곧바로 고향집으로 가서 부모와 가족들이 한 뿌리씩 나눠 먹었다. 덕분에 당뇨가 심했던 부친은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전씨 자신은 “한 뿌리 먹었는데 큰 변화는 없고 주량만 두 배로 늘었다”고 했다. 올해 5월 5일 경북 칠보산에서도 천종 산삼 네 뿌리를 더 캤고 역시 친지들에게 나눠주었다.

전씨는 매주 산에서 얻는 것 가운데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건강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산삼이나 더덕을 먹는 사람보다 그것을 캐러 다니는 사람이 더욱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산에서 캐는 것은 약초가 아니라 바로 건강입니다.”

영동=글ㆍ사진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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