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사회주의 일당 독재. 첨단을 향해 질주하는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대목에선 모로 돌아 몽니를 부리는 ‘이상한’ 나라, 중국. 21세기의 가장 거대한 화두 중 하나이면서도 명확한 실체가 잡히지 않는 이 기묘한 나라를 ‘공자’라는 코드로 새롭게 해독하는 책이 나왔다.
‘공자, 현대 중국을 가로지르다’는 공식적인 당사(黨史)나 정치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중국에 대한 이해와 달리, 중국인 내면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요소로부터 내재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려는 보기 드문 시도이다.
반제ㆍ반봉건을 내세우며 ‘공자 타도’를 외친 1919년 5ㆍ4운동부터 국가 주도로 공자의 민족 성인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최근까지 중국 현대사의 중요한 갈피마다 공자는 끊임없이 재등장했다. 저마다 다른 사회체제와 정권의 성격에도 불구, 이들 모두가 파괴와 재구성이라는 상반된 방식을 통해 공자를 적극 활용했던 것은 공자가 기층의 문화심리구조로 20세기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 깊게 내면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들의 분석.
책은 문화적 보편성에 기반을 둔 거대한 ‘대일통 천하’를 복원하려는 국가권력에 의해 부인할 수 없는 국민통합의 기제로 기능하게 된 공자의 실상을 재구성하며 ‘일상의 공자’와 ‘기획된 공자’라는 분석틀을 사용한다. 핵가족 제도와 페미니즘, 서양의 누드화 수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 등을 통해 공자가 중국인들의 무의식의 기저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았는지를 예시한다. 또 저자들은 서구의 모더니티가 중국식으로 변주되는 과정에 늘 공자가 매개항의 역할을 하며 전통과 근대의 변증법을 추동했음을 보여준다.
유교적 전통이 동아시아의 경제적 급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유교자본주의론과는 논의의 축을 달리하지만, 이 책은 비공(批孔)과 존공(尊孔)의 형태로 극단의 반전을 거듭한 ‘공자 기획’을 통해 공자를 모르고는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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