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 세계인의 ‘지구촌 축제’인 축구 월드컵이 9일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승엽(30ㆍ요미우리)이 월드컵 개막을 알리는 연타석 축포를 쏘아 올렸다.
왼 손가락 부상을 털고 복귀한 첫 경기에서, 그것도 일본 진출 3년, 274경기 만에 터진 첫 연타석 아치였기에 더욱 드라마틱했다. 이승엽의 믿기지 않는 부상 투혼에 지난해까지 2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지바 롯데 선수들과 마린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승엽은 9일‘친정팀’ 지바 롯데와의 인터리그 방문 경기에서 하루 만에 선발 지명타자로 복귀해 4회와 6회 잇따라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시즌 18호째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세이부전에서 한 경기 2홈런을 터트린 적은 있지만 연타석 아치는 2004년 일본 진출 이후 처음이다.
요미우리 입단 후 달라진 이승엽의 ‘근성’은 경기 전 프리배팅 때부터 확인됐다. 이승엽은 연신 홈런을 뿜어댔지만 훈련이 끝난 뒤에는 여전히 손을 주무르면서 왠지 모를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공을 칠 때마다 손바닥이 울렸지만 별 내색 없이 굳은 표정이었다.
이승엽은 2회 첫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가 우완 선발 고바야시 히로유키를 상대로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워밍업을 마쳤다. 0-1로 뒤진 4회 1사 뒤의 두 번째 타석. 이승엽은 고바야시의 초구 몸쪽 직구(시속 142km)를 벼락같이 두들겨 오른쪽 스탠드 중앙에 꽂히는 대형 타구를 날렸다.
지난달 도쿄돔 원정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야유를 쏟아 붓던 롯데 팬들이 순간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최근 극심한 타선의 침묵에 시달리던 요미우리로서는 3경기 21이닝 만의 득점이었다. 이승엽은 첫 홈런을 친 후 요미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홈런을 친 구질은) 직구였다. 마린스타디움은 지난해까지 플레이를 했던 곳이기 때문에 다른 원정구장에 비해 플레이하기 쉽다. 왼손가락 부상은 타석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의 무력 시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바 롯데 오마쓰의 투런포로 1-3으로 다시 뒤진 6회 2사 뒤 이번에는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높은 체인지업(시속 127km)을 자신 있게 공략했다. 타구는 높게 뻗어 외야 플라이가 되는가 했지만 오른쪽 펜스를 살짝 넘어가 또다시 롯데 팬들을 멋적게 만들었다. 시즌 43타점이자 47득점을 올리는 순간. 이승엽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27일과 28일 도쿄돔 홈경기에서의 릴레이포를 포함해 올 시즌 롯데와의 인터리그 4경기서 3홈런을 추가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은 2-4로 뒤진 8회 초 2사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4번째 타석에 들어서 롯데의 특급 좌완 불펜 투수인 후지타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린 이승엽의 타율은 3할1푼1리(219타수 68안타)로 조금 올라갔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3-7로 지며 5연승 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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