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6 재보선을 앞두고 각 당이 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서울 성북 을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방안은 최근 성북 을 출마를 선언한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조 전 대표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그의 당선을 돕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렇게 해서 조 전 대표가 당선되면 민주당과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져 열린우리당을 더욱 강하게 포위ㆍ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하지만 진짜 노림 수는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저지에 있어 보인다. 조 전 대표가 양당의 합당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우리당과 민주당의 재통합은 야합”이라고 규정했고, “노무현 대통령 에 대한 탄핵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이런 조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 민주당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선다면 양당의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는 그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는 한화갑 대표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때이른 관측마저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성북 을은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세가 약한 대표지역 중 하나”라며 “굳이 후보를 내 우리당 좋은 일을 시켜주느니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공천심사위원도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론도 있다. 한 3선 의원은 “탄핵 주도 세력 연대 등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무공천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8일 이경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심사위를 구성, 공천 작업을 본격화했다. 서울 송파 갑에는 맹형규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는 가운데 이회창 전 총재 측근인 이흥주 전 특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강삼재 전 의원이 출마를 희망하는 경남 마산 갑에는 지도부가 송광수 전 검찰총장에게 출마를 제의, 송 전 총장이 고심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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