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왕자 구해주는 씩씩한 공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왕자 구해주는 씩씩한 공주

입력
2006.06.09 23:57
0 0

‘나는 여자, 너는 남자’,‘엄마는 카레이서 아빠는 요리사’등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다름’을 보여주지만 역할의 차별을 두지는 않는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아빠, 연장통을 들고 차를 고치는 엄마, 아이를 돌보는 아빠, 출장중인 엄마…, 이제 아이들 책에서는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주’에 대한 그림만큼은 변화가 더디다.

한동안 우리 딸도 ‘공주’처럼 굴었다. 방에 분홍색 커튼을 달아달라더니, 분홍 치마에, 분홍 머리핀, 분홍색 공책…, 온통 분홍색으로 자기를 도배했다. 딸에게 분홍색은 곧 공주였다. 못마땅해 하는 나의 성토에 다른 선배 엄마들은 꼭 같은 말로 위로했다. “괜찮아. 다 한 때야. 조금 있으면 치마도 안 입으려 할 거야.”

딸에게나 나에게 ‘공주’에 대한 편견은 똑같이 존재하는 것 같다. 딸은 화려함과 아름다움, 사랑 받는 대상으로서의 공주를 선망하고, 나는 나약하고 허영된 여성의 모습을 진열장의 상품처럼 왜곡한다는 식의 독설로 공주를 폄하한다.

왜 그럴까.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공주’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이면 뭐든 “와-”하고 반긴다. ‘긴머리 공주’‘찔레꽃 공주’‘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공주님과 드레스’‘공주와 고블린’…, 내용을 떠나 ‘공주’에 혹한다.

사실 우리 어려서도 그랬다. 인어공주, 엄지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까지. 책장을 덮으면서, 내게도 언젠가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주지 않을까 바람 들었던 때가 우리 엄마들에게도 분명 있었다. 우리의 ‘공주’는 그렇게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태였다.

그런데, 드디어 왕자를 구해주는 씩씩한 공주가 나타났다. 화려한 드레스의 공주가 소극적인 자세로 사건만 일으켜놓고 훌쩍이고 있으면, 해결사 왕자가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공주와 결혼해주는,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뻔한 공주스토리를 뒤엎는 재미있는 이야기, 바로 ‘종이봉지공주’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로널드 왕자와 결혼을 앞둔 평범한 공주였다. 예쁘게 치장하고 왕자의 보호 속에서 행복을 꿈꾸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용이 왕자를 잡아가고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린다. 공주의 아름다운 옷들까지도. 공주는 종이봉지를 집어 들어 옷을 만들어 입고는 왕자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공주의 꾀로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하지만, 왕자는 다짜고짜 공주의 모습이 엉망이라고 핀잔을 준다. 자, 우리의 공주 어떻게 할까? 태양을 향해 양팔을 펼치고 뛰어가는 공주의 뒷모습은 더 이상 ‘신데렐라’가 아니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관장 김소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