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인의 아름다움과 맵시는 우리가 책임진다.’
화장품과 의류업체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화장품 업체들은 진출국의 선호도를 고려한 차별화 전략으로, 의류업체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진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업종은 화장품이다. 저가와 고가 브랜드를 막론하고 한류 스타들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이영애를 내세운 LG생활건강 ‘후’, 전지현이 모델인 태평양 아모레 퍼시픽의 ‘라네즈’ , 권상우를 앞세운 ‘페이스샵’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저가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던 미샤와 페이스샵의 해외 라이벌전이 눈에 띈다. 2004년말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4개국에 첫 매장을 연 페이스샵은 미국 일본 호주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현재 13개국에 110여개의 매장을 열었다. 경쟁 브랜드인 미샤 역시 태국 멕시코 베트남 등 13개국에 140여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해외시장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전개하고 있다.
페이스샵의 경우 나라별로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대만의 경우 기후 특성을 고려해 미백제품을 중점적으로 배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오리엔탈리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감안, ‘동양의 신비로운 나라 한국에서 출시된 화장품’을 강조하는 식이다. 미샤도 미국 진출 당시 향수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향수 기능이 첨가된 바디제품을 다량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 1960년대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던 태평양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사명을 글로벌 이미지에 어울리는 ‘아모레 퍼시픽’으로 바꾸고 중국 프랑스 미주 지역을 축으로 한 글로벌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린ㆍ랴오닝ㆍ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마몽드’ 브랜드가 시장점유율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 를 상하이에, ‘라네즈’를 대만과 싱가포르 등에 내놓고 중화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97년에는 향수 브랜드인 ‘롤리타 렘피카’ 를 프랑스에 첫 출시했으며 2004년 현지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명품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오휘’ 를 중국에 런칭했으며 올해에는 명품 한방화장품 ‘후’를 내놓고 중국시장에서 샤넬,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류업체의 해외진출은 아직 중국쪽에 한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중국 진출 초기인 97년부터 일관되게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신사복 브랜드 ‘갤럭시’ 의 경우 피에르가르뎅, 다반 등을 경쟁 브랜드로 설정하고 중국 대졸사원 임금의 4~5배 정도 가격대의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진출 초기부터 ‘논 디스카운트(세일을 하지 않는) 전략’ 을 구사하고 있다. 2001년 3개에 불과했던 직영점이 현재 19개점으로 늘어났으며 연내 21개의 매장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라피도’ 역시 ‘갤럭시’ 와 함께 중국에 진출했으며 고급 백화점에만 입점시키는 등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겨냥, 2004년 29개였던 매장을 지난해말 80여개로 늘렸고, 연내 130개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코오롱 패션의 경우 2002년 상하이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초기부터 고가의 골프웨어 시장공략에 공을 들여 골프 브랜드인 ‘울시’ ‘이동수 골프’ 등을 내놓았다. 골프웨어를 통한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바탕으로 향후 여성 캐주얼 ‘쿠아’ , 아웃도어 캐주얼인 ‘코오롱 스포츠’ 등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 화장품 업계 CEO에게서 듣는다
화장품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올해 화두는 ‘글로벌 경영’ 이다. 성장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탈출구로 해외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한류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등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미약한 지역에 대한 공략법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의 서상배 사장의 혁신계획이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다. 1일부터 태평양 사업부문의 회사명을 ‘아모레퍼시픽’ 으로 변경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부분 비중은 매출의 10%선이지만, 창립 70주년인 2015년까지 전체의 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화장품 업계 세계 20위권 수준인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이 세계 ‘톱10’ 수준으로 올라간다. 서 사장은 “태평양 브랜드로 1960년대부터 수출을 해왔지만, 국내용이라는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며 “고급화 이미지 전략을 앞세워 연내 일본 시장에 진출, 향후 서울-도쿄-뉴욕을 잇는 축을 중심으로 우리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 업계 CEO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더페이스샵 설립 2년 만인 지난해말 국내 화장품 업계 3위로 올려놓은 정운호 더페이스샵 대표는 “출발할 때부터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했다” 며 “궁극적으로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의 비중을 9대 1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별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국가ㆍ인종ㆍ문화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본격 개발해 현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출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올해 초 3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올 7월 상하이에 1호점을 열어 중국시장을 공략한 뒤 2008년부터는 유럽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미샤를 제조하는 에이블엔 씨엔씨의 양순호 대표도 해외투자 강화로 국내에서 더페이스샵에 역전당한 수모를 씻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미샤가 미국 호주 일본 등 13개국에 138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1개의 온라인 매장을 운영, 매장수에서 더페이스샵에 앞서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더페이스샵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법인을 설립한 중국 미국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중동 지역 진출을 통해 연내 230여개의 해외 매장을 확보하겠다”며 “올해 목표 매출의 2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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