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르카위의 사망은 2003년 12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 이후 이라크 사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라크 정국 안정은 물론 반전(反戰) 분위기가 고조된 미국 정부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론 무장 저항세력의 보복공격을 초래하겠지만 수니파가 주도하는 저항세력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이라크 민간인 학살 등으로 곤경에 처해온 미국은 이라크 안정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반기고 있다.
알 카에다가 세계에서 전개해온 테러활동의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알 카에다는 알 자르카위가 주도한 이라크에서의 활동을 제외하면 그간 존재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활동이 미미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알 자르카위의 죽음은 세계 알 카에다에 대한 타격”이라고 밝혔다.
알 자르카위는 아랍권에서 상징적 존재였던 만큼 세계 무슬림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아랍권에서 이라크의 자살폭탄 테러에 끝없는 지원자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제레미 그린스톡 전 이라크 특별대사는 “알 자르카위는 효과적으로 테러 공포를 조성했다”며 “그의 빈 자리는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는 이라크에서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알 자르카위 사망 발표 직후 공석으로 남아 있던 국방, 내무, 국가안보 장관 3인의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0일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종파, 인종간 정쟁의 해소를 겨냥한 이 조치는 알 자르카위 제거 효과에 편승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의 제거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이 많다. 이라크에는 다가오는 죽음을 알면서 저항세력에 가담한 수많은 ‘전사’가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걸프연구소의 무스타파 알라니는 “이라크 사태는 한 사람이 아닌 조직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그의 죽음이 이라크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효과를 과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런던의 이슬람 전문가 야세르 알 시리도 “알 자르카위가 평소 자신이 무자헤딘 위원회에 소속된 한 세력의 지도자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군은 이집트 출신으로 2002년 이라크에 잠입해 테러활동을 하는 알 마스리가 알 자르카위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랍권에선 네티즌들의 애도의 행렬이 이어지는 등 서방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웹사이트에는 “사망소식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2억 명의 알 자르카위들이 그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글이 등장했다.
알 자지라 등 아랍권 방송들은 화면에 긴급기사로 공지된 붉은 배너를 띄우고 알 자르카위 사망 소식을 시시각각 보도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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