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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스쿨존을 안심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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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스쿨존을 안심존으로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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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ㆍ스쿨존)을 제정한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다. 현재 전체의 3분의 2인 전국 7,000여개 초등학교 주변도로가 스쿨존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선만 그었다 뿐이지 질서 준수와 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아직도 ‘무늬만 스쿨존’일까? 행정당국은 법 규정만 달랑 마련해 놓고 “나 몰라라”하고, 학교는 “교문 밖은 소관이 아니다”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민은 “주차할 공간이 없다”, 경찰은 “단속이 먹히지 않는다”, 지자체는 “표지판도 달았으니 할 일 다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

스쿨존은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해소하고 모두가 어우러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 신길초등학교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民ㆍ官ㆍ學이 함께 간다”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신길초등학교 시청각자료실. 구청 및 경찰 관계자와 녹색어머니회 회원, 학교관계자, 주민 대표 등 2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머리를 맞댔다. 스쿨존 지정을 위한 사업설명회 자리였다.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의 안전’이란 생산적 논의 덕분에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순조로운 출발은 다른 학교에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스쿨존 설명회는 주차공간 확보, 생존권 침해 등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닻을 올리기도 전에 표류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신길초등학교의 경우 학교가 먼저 나섰다. 학교 지하와 1층 주자창을 주민에게 개방한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학교 부근의 거주지 주차구역을 자발적으로 없애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친 김에 고지대에 위치한 학교 여건을 감안해 경사로의 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하는 한편,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수시로 민원을 제기해 보행환경 개선에 대한 약속도 받아냈다. 구청 역시 학생 학부모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계안에 반영해 이해 당사자간 충돌을 최소화하고 스쿨존 설치의 당위성에 대한 분위기를 띄웠다.

주민들도 차츰 ‘어린이 교통 안전’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동작구 녹색어머니회 정미경(40) 회장은 “처음에는 문전박대하던 주민들도 ‘당신 아이의 일’이라며 꾸준히 설득하자 점차 공존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입지여건과 실현 가능성이 두루 반영된 종합 설계용역안이 최근 교통 심의와 열람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말 그대로 ‘지자체의 정책적 판단, 학교의 양보, 지역주민의 협조’ 등 엇나가기 쉬운 3박자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 셈이다.

동작구청 강명훈(47) 교통행정과 팀장은 “비용 낭비를 막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참여를 필수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참여율이 성패 좌우

스쿨존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난관도 예상된다. 주 통학로로 이용되는 정문 앞 상인들 사이엔 겉으로 내색을 안 할뿐 내심 못마땅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자영업자 박모(60)씨는 “스쿨존이 무엇인지, 공사가 언제 시작되는지 모르는 주민들도 수두룩하다”며 “일부 주민의 의견을 토대로 대표성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7월 공사가 시작되면 불만은 언제든지 반대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특히 주ㆍ정차 문제와 같이 민감한 사항은 주민의 자발적인 협력에만 기대기엔 유인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도로교통연구실장은 “스쿨존의 성패는 주민 참여율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스쿨존 사업은 도로포장과 보도정비처럼 지역환경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 "주통학로 설정 집중적 교통관리부터"

정부는 1995년 도로교통법에 어린이보호구역 관련법을 제정한 후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주로 속도규제와 신호기 설치했고 2002년에는 국무총리실 주관 하에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어린이보호구역 표준설계지침(안)을 만들기도 했다. 2003년에는 경찰청이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시설 설치지침을 개선하였고, 시범지역을 설정하여 실제 적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교통안전에는 제도적인 문제, 지역 주민들의 이해 부족, 동적 활동의 미흡, 규제단속의 어려움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로는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린이 사고위험의 노출은 통학로 전반에 걸쳐 있으므로 300㎙로 한정하기보다 주통학로를 설정해 집중적인 교통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지역 주민의 이해 부족은 어린이 교통안전에 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어린이의 행동특성을 고려해 보ㆍ차도 분리, 주ㆍ정차 금지, 일방통행, 도로폐쇄 등 다양한 교통통제방법이 적용되는데 지역 주민의 협조 없이는 초기 계획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동적 활동도 중요하다. 녹색어머니회 회원, 교사, 고학년 교통안전 멤버 그리고 교통경찰은 실제 교통현장에서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고 어린이가 어떻게 길을 건너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단속이 미흡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한 것이 무의미해진다.

여운웅ㆍ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 안전한 스쿨존 만들기 위해 3가지 수칙 지키자!

스쿨존 정착의 최대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스쿨존 관련 법이 만들어진 지 11년째지만 우리의 의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수많은 표지판과 안내 문구, 과속방지턱이 안전을 호소하지만 실천은 더디다. 그릇된 운전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의 교통 안전은 없다. 무엇보다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3가지만 지켜보자.

1. ‘학교 앞 천천히’가 보이면 비상등을 켜자.

스쿨존 앞 규정속도는 시속 30㎞ 이내다.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지난해 한국생활안전연합이 운전자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만이 스쿨존 규정 속도를 지킨다고 답했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기 힘들다”(최인수ㆍ35) “뒤따라오는 차량 때문에 나 혼자 지키기 부담스럽다”(김상호ㆍ41)는 게 궁색한 변명이다. 일선 경찰은 단속에 걸린 운전자 중엔 “스쿨존이 뭔지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어른들의 마음가짐과 실천이 중요하다. 스쿨존에 들어서면 우선 비상등을 켜자. 운전자 스스로 스쿨존 규정속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뒷차에게도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주차장에서 비상등으로 뒤차의 양보를 이끌어내듯 스쿨존에서도 비상등으로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자. 최소한 아이들의 등ㆍ하교 시간만이라도 이를 지켜보자.

2. 학교 앞에선 절대 차를 멈추지 말자.

과속으로 달리는 운행 차량도 문제지만 학교 주변을 점령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녹색어머니중앙회 이영옥 회장은 “스쿨존에 주정차를 하면 아이들은 키가 작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차량이 길을 건너는 아이를 못 볼 수 있고 아이들도 지나가는 차를 못보고 그냥 길을 건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앞에선 급한 일이 있더라도 차를 세우지 않는 습관을 들이자. 지역 주민들 역시 ‘생활의 불편보단 내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

3. 아이에게 등하굣길에서 있었던 일을 꼼꼼히 묻자.

우리는 등교하는 아이에게 흔히 “차조심”이라고 인사한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낮은 어린이는 금방 잊는다. 심지어 아이들은 등ㆍ하교 시간에 목격한 교통사고도 “엄마 아빠가 걱정할까 봐”라며 말하길 꺼린다.

아이들은 묻지 않으면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학교를 오가며 생긴 일을 아이에게 차근차근 물어야 아이의 교통 안전 실태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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