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김영남씨와 어머니 최계월씨의 상봉은 납북자 문제의 인도적 해결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ㆍ15 6주년을 맞아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 때 만나게 해 주겠다고 밝힌 북한 당국의 의도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모처럼 반가운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납북자 존재 인정을 거부해온 북측이 1978년 당시 고교 1년 때 납북됐고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결혼한 것으로 확인된 김씨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족 상봉요구에 응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비슷한 시기에 납북된 4명을 포함, 6ㆍ25 이후 납북자는 모두 48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씨 모자 상봉을 계기로 북측이 그들 모두에 대한 생사 확인과 인도적 차원의 해결에 적극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상봉이 차분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일부의 시도는 자제 되어야 한다. “납북자 문제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다루거나 무조건 압박만 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해결이 어려워지며 그 피해는 납북자 본인과 가족에 돌아간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메구미씨의 가족과 일본 정부가 김씨 모자상봉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 내 일부 극우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납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보도는 우려스럽다. 양국 정부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북측도 정치적 접근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일부의 우려대로 김씨 모자상봉을 납치자 문제를 얼버무리기 위한 이벤트로 이용한다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납치자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28년 만의 상봉이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함으로써 납치자 문제에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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