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눈물마저 말랐습니다.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4월4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반군들에 의해 납치된 제628 동원호 기관사(36)의 부인 A(31ㆍ부산 영도구)씨는 “남편이 풀려나기 전에는 정부의 어떠한 협상 진전 소식도 믿을 수 없다”며 동원수산과 정부의 무능한 협상 능력에 불만을 터뜨렸다.
납치된 동원호 한국인 선원 8명의 가족들은 2개월여 동안 무사 귀환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동원호 가족들은 또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된 대우건설 근로자들이 납치된 지 이틀만에 풀려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가워 하면서도 자신들의 가족들도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한국인 8명을 포함한 동원호 선원 25명은 8일 현재까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억류 기간이 2개월을 넘기면서 선원들은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말라리아로 의심되는 고열증세를 보이는 등 인간 이하의 생활로 건강을 크게 위협 받는 상황이다. 납치범들이 선원들의 머리에 총 갖다 댄 채 위협하고 걸핏하면 구타를 일삼는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정부와 동원수산 측은 영국 납치석방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납치단체와 최소한의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더 시일이 걸려야 사태가 해결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동원호 납치단체로 알려진 ‘소말리아 머린’은 무장단체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힘든 단체로 알려져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최대 장애는 납치범들이 합리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제법상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납치범들이 제시하는 몸값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여 양측이 주장하는 몸값 차이가 협상타결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