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안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호나우두로 부르던 포르투갈 축구 선수의 이름을 호날두로 바꿔 써야 한다는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대해 한 포르투갈어 전공 교수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국립국어원측은 지난달 25일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 나라 감독ㆍ선수 760여 명에 대한 이름 표기 통일안을 내놓았다. 외국 이름 때문에 난감했던 기자는 ‘고생 덜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반가움도 잠시. 누구나 아는 선수의 이름까지 갑자기 바꿔 불러야 하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같은 철자(Ronaldo)를 쓰는 브라질과 포르투갈 선수 이름을 ‘호나우두’와 ‘호날두’로 달리 써야 한다는 점은 특히 그랬다.
이유를 묻자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영어도 나라마다 발음이 다르다”면서 “지난해 학자들이 주도해서 만든 표기법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럴까. 전공 학자는 물론 대사관 관계자마저 대부분‘호날두’ 보다는 ‘호나우두’가 적합하다 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떤 이는 ‘호나우두’ 보다는 ‘로나우두’가 낫다고도 했다.
사람마다 발음이 다르기에 외래어 표기에 정답은 없다. 대신 되도록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발음을 택해야 한다. 더욱이 월드컵 개막을 2주일 앞두고 이름을 바꿔 버린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니‘통일’안은 축구 팬들의 머리와 입을 따로 놀게 한다.
가령 이제‘호나우지뉴’로 부르게 된 브라질 공격수. 2002년 월드컵에서 스타덤에 오른 그를 우리는 4년 내내 호나우디뉴로 불렀다. 국립국어원의 묵인(?)하에 말이다. 요즘 방송중계에서는 이 이름들을 모두 섞어 쓴다.
이러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이 맞붙기라도 하면. “(A방송)호나우두, 호날두의 공을 빼앗아 호나우디뉴에게 패스합니다.”“(B방송) 호나우두, 호나우두의 공을 빼앗아 호나우지뉴에게 패스합니다.” 다르다고 캐스터를 탓하지는 말자.
박상준기자 월드컵 특별 취재단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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