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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저출산·고령화' 여성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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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저출산·고령화' 여성이 희망이다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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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모(61ㆍ여)씨는 건물 청소 일을 하며 서울 망원동 3,000만원 짜리 전셋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3억원 하던 아파트를 팔아 아들 사업 밑천을 대줬지만, 사업 실패로 순식간에 3억원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른 자식들도 형편이 어려워 1년 내내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이씨는 “몇 푼 있던 저축마저 자식들에게 조금씩 떼어주고 나니 남는 게 없다”면서 “나이 들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허탈해 했다.

#2. 3개월 전 이혼하고 7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김모(38ㆍ여)씨는 최근 집 부근 할인점의 계산원으로 취업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대리였고, 연봉도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남편 수입과 합치면 ‘최소한 중산층’이라는 자부심도 들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6년 만에 노동시장으로 복귀한 김씨에게 옛날의 정규직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갈 애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는 그는 “노후대비요? 배부른 소리죠”라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여성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시에, 그 충격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노년으로 갈수록 남편 없이 자신의 생계를 짊어져야 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혼율 급증과 출산율 급감으로 남편과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 아무리 고학력 여성이라 해도 한번 재취업을 하려면 저임의 비정규직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저출산ㆍ고령화 정도가 심해질수록, 가족관계가 급속히 변화할수록, 여성들의 앞날은 그만큼 험난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남편 사망후 10년이상 살아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연령일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대략 7년을 더 산다(2003년 기준). 그러나 남편과 부인의 연령차를 감안하면, 부인이 10년 이상 더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남편이 35세, 부인이 30세라면 남편은 앞으로 40.26년을 더 살고 부인은 51.67년을 더 살게 된다. 부인이 남편 사망 후에도 평균 11.44년을 더 사는 셈이다. 만일 남편이 40세이고 부인이 35세라면, 남편 사망 후 부인은 11.23년을 더 살아야 한다. 경제적인 준비가 안된 여성은 남편 사후에 급속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식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가족관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3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가구는 2004년 현재 전체 가구의 7.5%밖에 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2020년에는 4.7%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2006년 5월 현재 혼자 사는 1인 가구 중 여성은 65%, 60세 이상은 41%에 달한다.

이혼율 급증도 여성의 빈곤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2005년 혼인건수는 31만6,000건, 이혼건수는 12만8,500건으로 하루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하는 실정이다. 2005년 현재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 가구주는 307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9.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혼 때문에 여성이 가구주가 된 경우가 67만 가구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 100가구 가운데 4가구는 이혼한 여성이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경력단절이 재취업 멍에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사상 처음 50%를 넘었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전형적인 ‘M자’형이다. 20대에는 경제활동참가율이 64.4%에 달하다, 30대에 54.6%로 떨어진 뒤 40대에 다시 64%로 늘어난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 문제 등으로 경력단절이 심하다는 얘기이다. 경력단절은 여성들의 재취업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노동시장에 다시 뛰어든 기혼여성들이 판매서비스직, 단순노무직 등 비정규직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남성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31.5%인데 반해, 여성은 43.7%에 달했다. 여성들은 남성과 반대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기혼자는 46.4%, 이혼이나 사별한 여성은 56.5%가 비정규직 형태로 취업하고 있다. 노동연구원 황수경 연구위원은 “대졸 고학력 여성이라 해도, 재취업인 경우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일시적인 경력단절이 평생의 멍에로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노후준비? 꿈도 못꿔요

한국여성개발원 통계를 보면 전체 여성가구주의 40.4%가 빈곤 가구이다. 이들에게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다. 일반 가정의 여성이라고 별반 나을 게 없다. 여성개발원이 서울지역 여성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막내 자녀가 중ㆍ고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여성 자신의 노후대비에 사용하는 생활비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식 부양 때문에 정작 자신에 대한 부양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에 기댈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현재 국민연금 여성 수급자는 남성의 3분?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들은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낮고,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취업의 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입 가입기간도 짧고 연금 수령액도 적다. 한국여성개발원 황정임 전문연구원은 “여성의 빈곤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적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 등에서 여성들에 대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여성들도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대비한다는 각오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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