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창간 52주년 기획/ 변화와 도전의 재외동포
알림

창간 52주년 기획/ 변화와 도전의 재외동포

입력
2006.06.09 00:02
0 0

■ '中동포=조선족' 공식 깨진다

한국인과 중국 국적의 동포(조선족)들이 밀집한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다이아몬드 유치원’은 미래 동포사회의 축소판이다.

27명의 원아 중 20명은 조선족 자녀이고 나머지는 한국인과 조선족 부부, 중국인과 조선족 부부, 일본인과 조선족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들이다. 이들은 과거 조선족 단일 사회였던 동포사회가 다층적 지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중국 동포를 생각하면 옌볜(延邊) 조선족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992년 한중 수교와 중국 개혁개방은 재중동포 사회에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몰고 왔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등 동북지방의 동포 중 절반은 베이징과 칭다오(靑島) 등으로 남하했다. 20만명 이상은 한국, 일본, 미국으로 떠났다. 옌볜대학의 한 동포학자는 “한국에서 송금하는 돈이 끊긴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할 정도다. 동포 처녀들이 매년 1,000명 이상 한국으로 시집을 가 인구가 감소하는 옌볜은 분명 위기적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새 도전의 기회도 제공했다. 왕징, 칭다오, 선양(瀋陽) 등 새 동포 밀집지역은 조선족과 한국 장기체류자 및 한국 기업의 결합을 낳았고, 21세기형 동포사회의 모델을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동포 자신들이 현 상황을 결코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의 도시화로 농촌이 공동화 됐듯 중국의 옌볜도 같은 길을 걷는다고 본다. 또 위기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새 동포 밀집촌들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성화촌, 랴오닝(遼寧)성의 만용촌 등은 모범적인 새 동포주거지로 자리잡고 있다.

왕징의 한 동포는 “동포사회가 다층화되고 도시화하면서 중국 내 일개 민족을 의미하는 ‘조선족’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며 “이제는 ‘한민족’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동포사회의 발전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이 집중된 곳으로 이동한 재중동포들이 새 거주지에서 어떻게 민족동질성을 유지하고 한국과 중국에 기여할 것인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이다.

중국 주류사회로 편입되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베이징 내 골프장 36곳 중 4곳이 동포들의 소유이며, 동포기업인 ‘한라산’ 등은 중국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동포들은 “미국의 벤처기업가 김종훈, 일본의 손정의와 같은 인물이 중국에서도 곧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옌지(延吉)=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민족교육 강화해 정체성 지켜내야"

동포 원로 이송영(李松榮ㆍ74) 옌볜 해외문제연구소장은 동포사회를 진단하는 시각이 완고하면서도 낙관적이다.

한족들보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감소, 농촌공동화, 이혼율 급증으로 대표되는 도덕적 해이, 해외 노동자 송금에 의존하는 옌볜 경제 등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서울로 배우자가 나간 가정 중 열의 넷은 이혼했다”면서 “도덕이 많이 무너졌다”고 혀를 찼다. 이어 “중국 당국이 사회주의 도덕관을 진작 강조해야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민족교육을 무너뜨리려는 단견들이 옌볜에 횡행한다”고 전했다. 옌볜 동포들은 자녀들의 중국어 실력이 떨어져 상급학교에서 뒤쳐질까 봐 조선족 학교에서도 중국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옌지(延吉) 신흥소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의 요구로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을 중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동포들이 좀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중국어 교육을 늘리면 민족문화와 정체성은 이내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인구감소로 조선족 자치주가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 내 소수민족 자치주 중에서 소수민족의 비율이 10%대인 곳도 있다”며 “옌볜의 경우 조선족 비율이 30%를 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옌볜 위기 상황에 대한 그의 해법은 다른 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포들과 한국인 및 한국기업의 결합을 높여 경제적인 기반을 닦으면서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중동포 사회의 정신적 고향인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이징, 칭다오 등 새 동포 밀집지역의 발전이 옌볜 발전에 활력소가 되는 선순환적인 동포사회 발전도 기대했다.

옌지=이영섭특파원

■ 北-中 접경 두만강 마을을 가다

두만강 물길을 따라 촘촘히 자리잡은 옌볜(延吉) 조선족 자치주 농촌 마을들은 해체되는 동포 사회를 상징한다. 하지만 동포사회와 한국의 결합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은 희망적이다.

지난달 31일 찾아간 롱징(龍井) 싼허(三合)에서는 마을 학교 소풍이 있었다. 두만강 건너 2~3km앞 북한 회령이 내려다보이는 정자, 왕장거(望江閣)를 찾은 소학생, 중학생들은 70명 남짓. 장기자랑으로 ‘고향의 봄’을 부르는 모습은 우리의 옛 소풍 그대로였다.

한 교사는 “10여년 전 만하더라도 소학교와 중학교를 합쳐 학생이 700명을 넘었다”며 “이제는 교사가 학생수의 절반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대도시로 이주한 동포가 많고 동포들의 출산율도 극히 낮기 때문이다.

소학교 4학년 방선녀양은 엄마가 한국으로 나가는 바람에 롱징시에서 두만강쪽으로 15여km 들어온 벽촌인 싼허의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 심모(72)씨의 5남매 중 1명은 한국으로, 1명은 칭다오(靑島)로 나갔다. 6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온 심씨의 둘째 딸(43)은 “다시 서울로 갈 생각”이라고 한다.

싼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독립운동의 요람 밍둥촌(明東村)도 마찬가지다. 명동교회, 윤동주 시인 생가가 자리한 이 곳에는 예전에는 없던 한족이 100명이나 살고 있다. 동포들이 떠나면서 땅을 한족들에게 양도했기 때문이다. 싼허에서 두만강 하류쪽으로 20여km를 내려간 투먼(圖們)시 위에청(月晴)의 석건마을도 학생 감소로 지난해 소학교 문을 닫았다. 운동장은 밭으로 변해있었다.

투먼 량수이 마을에서 만난 촌로들은 위성방송으로 본 한국 사정을 기자에게 물었다. “박근혜씨는 왜 변을 당한거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두만강가 동포들은 위성 안테나를 달아 한국 TV방송을 본다. 한 노인은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나무로 가린 안테나를 보여주었다. 두만강 동포들의 시선은 두만강 넘어 지척인 북한과 살고 있는 중국이 아닌 서울로 향해 있다.

옌지=이영섭특파원

■ 美 "비자 면제땐 동포사회 도약"

재미동포들이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isa Waver Program)에의 한국 가입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동포들이 VWP 가입에 힘을 모으고 있는 데에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VWP 가입이 정치ㆍ경제적으로 동포사회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욕ㆍ뉴저지 한인 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은 “VWP 가입에 우리의 정치력이 주요 역할을 한다면 동포사회가 미국 주류를 향해 전반적으로 한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WP 가입이 동포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이 미국에 한달 동안의 비자면제 혜택을 주고 있는데 따르는 불공정을 시정하려는 생각도 가입운동 시작에 크게 작용했다.

현재 미국 전체에 150여개가 넘는 한인단체들이 VWP 가입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당 지역의 상ㆍ하원의원에 협조와 지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의원 사무실을 방문, 면담하기도 한다.

의회와 행정부에 보낼 청원서를 연명으로 작성하기 위한 서명운동에도 돌입했다. 뉴욕ㆍ뉴저지 한인 유권자센터는 1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시작, 현재 1,400여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또 뉴저지 5지역구의 스콧 개럿(공화) 하원의원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연결시켰다.

개럿 의원은 대사관측의 설명을 듣고 동료 의원 수명과 함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한국의 VWP 가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같은 서한을 발송한 상ㆍ하원 의원은 이미 20여명을 넘어섰다.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회장 김영근)는 최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인 뉴욕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의 VWP 가입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 약속을 받아 냈다.

김 회장은 VWP 가입이 이뤄지면 한국인의 미국 방문객수가 급증, 동포사회의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동포들의 인간적인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친지들의 방문이 그만큼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VWP 가입이 이뤄지면 지난해 84만명이던 한국인 미국 방문객 수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주미 한국대사관 김은석 참사관은 “2005년 회계연도에 3.28%였던 비자거부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VWP 가입이 되면 한인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日 "국적보다 실리" 귀화 바람

재일동포 사회에서 일본 국적 취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귀화운동 단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귀화를 촉구하는 책들이 속속 출판돼 호응을 얻는 등 귀화를 ‘민족적 배신’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귀화론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일본 국적을 취득해 합법적으로 동포들의 권익을 지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사회에 뿌리깊은 차별과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적을 취득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논리이다.

이 같은 주장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돼 주목 받기 시작했다. 동포 학자인 정대균(鄭大均) 슈도(首都)대학도쿄 교수와 아사카와 아키히로(淺川晃廣) 나고야(名古屋)대 교수 등이 대표적인 논객으로 꼽힌다.

귀화 동포인 이들은 ‘재일한국인의 종언’(2001년ㆍ정대균)과 ‘재일한국인과 귀화제도’(2003년ㆍ아사카와) 등의 저서를 통해 “동포들이 하루빨리 일본 국적을 취득해 일본 사회의 진짜 구성원으로 살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2003년에는 ‘재일 코리언의 일본국적 취득확립 협의회’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배경에는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동포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동포사회는 1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매년 1만명의 동포가 귀화하며, 젊은 동포들 중 90%가 일본인 배우자를 선택하는 등 위기적 상황이다. 지금까지 총 귀화자 수는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단과 조총련이 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귀화론의 부상에 일조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많은 동포들이 더 이상 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포사회의 주류인 젊은 3, 4세들은 더욱 그렇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 정착한 뉴커머(New Comer) 동포들도 대다수가 “더 이상 국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뉴커머들이 2001년 결성한 한인회에는 귀화 동포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귀화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 같은 변화는 보수적인 민단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동안 동포들의 귀화를 용인하지 않았던 민단은 지난해 귀화동포도 민단에서 활동활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일본 국적 취득에는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일본 사회가 과연 동포들을 ‘한국계 일본인’으로 온당하게 받아들여 줄 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재일동포를 미래의 위협세력으로 인식한 일본 정부가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귀화를 적극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귀화동포인 A씨는 “예전에는 손님 대접이라도 받았는데 이제는 신일본인이라며 3등 국민 취급을 한다”며 “귀화를 하니까 일본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뉴커머 동포인 B씨는 “자식들이 원한다면 귀화를 심각하게 고려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재미동포가 미국 시민권을 따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지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동포 서류미비자 25만~40만명 혜택도 못받으며 세금 내"

재미동포 사회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과의 관련을 떠나서도 큰 현안이다.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재미동포 가운데 25만~40만명이 불법체류자로 분류될 정도로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그만큼 동포사회 전체가 당당해짐은 물론 VWP가입도 앞당길 수 있게 된다.

한인단체 중에서도 중남미 출신 라티노 등과 연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뉴욕 ‘청년학교’의 차주범(38) 교육부장은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라는 말은 옳지 않으며 서류가 갖춰지지 못해 비자를 갱신하지 못한 서류미비자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포 서류미비자 문제와 VWP 가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미국의 이민시스템은 완전히 붕괴돼 있는 상태다. 미국은 포괄적 이민개혁을 통해 기존 서류미비자를 합법화하고 미국 경제가 요구하는 만큼 취업비자를 확대, 앞으로 발생할 서류미비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경우가 많은 라티노와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단기적 시각이다. 인종에 따라 유ㆍ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2050년께는 백인 인구가 전체의 50%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인 기득권세력과 새로운 이민자간에 심각한 정치ㆍ사회적 공방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소수 인종들은 단결해야 한다.”

-서류미비자들이 미국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가.

“농장노동자의 58%가 서류미비자일만큼 미국 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혜택도 없이 사회보장세 등을 내고 있고 그 세금은 시민권자들의 연금으로 쓰이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