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에서 진정한 ‘투수 3관왕’(다승ㆍ평균 자책점ㆍ탈삼진 1위)은 해태 선동열(현 삼성 감독)이 유일하다.
86년과 89~90년 ‘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던 선동열은 91년에 19승4패, 탈삼진 210개, 평균 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투수 3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130여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트리플 크라운은 34회,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1회 밖에 작성되지 않은 대기록이다. 91년 선동열 이후 이상훈(은퇴) 정민태(현대) 손민한(롯데) 등 기라성 같은 대투수들이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한화의 고졸 슈퍼 루키 류현진(19)이 15년 만에 투수 3관왕에 도전한다. 왼손 투수로서는 사상 처음이다.
류현진은 8일 대전 SK전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9승(다승 단독 1위)째를 따내며 삼성 하리칼라를 제치고 평균 자책 1위(2.16)에도 올랐다.
또 삼진 9개를 보태며 91탈삼진으로 2위 두산 박명환(77개)과의 격차를 14개로 벌렸다. 완투승은 지난 4월23일 대전 두산전과 5월4일 대전 LG전에 이어 시즌 3번째.
한화는 류현진의 눈부신 호투와 대졸 신인 연경흠의 8회 쐐기 투런포에 힘입어 SK를 4-1로 제압하고 3연패를 탈출했다. 또 이날 LG에 패한 삼성을 제치고 지난 2일 이후 6일 만에 다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은 신인 2명이 북치고 장구 쳤다”며 기쁨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현재 같은 페이스라면 투수 3관왕과 함께 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11년 만의 선발 20승도 가능하다.
그러나 류현진의 목표는 의외로 소박했다. 8일 경기 후 기자실에 들어선 류현진은 “그런 거창한 개인적인 욕심은 없고 그저 신인왕만 탔으면 좋겠다”며 “다만 3개 부문에서는 18승 정도를 거둬 다승왕은 한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LG는 잠실에서 효과적인 계투작전을 앞세워 삼성을 이틀 연속 셧아웃(7-0) 시키며 2연승을 달렸고, KIA는 광주에서 올시즌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롯데를 17-8로 대파했다. 수원 현대-두산전은 우천으로 취소됐다.
대전=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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