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와 혁신이 무슨 관계?’
건설 업체는 전통적으로 혁신과는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는 업종인 것처럼 인식돼왔다. 반도체나 휴대폰 등 핵심 전자산업 등과 비교하면 주택을 짓고 교량을 만드는 건설 업체는 상대적으로 신기술과 혁신 등의 어휘와 연관짓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첨단 기술과 건설업과의 접목 속도가 빨라지면서 건설 업계에도 혁신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건설업체 혁신우수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롯데건설은 ‘건설조달 프로세스의 완전 온라인화’로 혁신 대상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현재 전자조달시스템(사진)을 개발해 하도급 업체가 롯데건설 발주 사업을 인터넷을 통해 입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입찰을 원하는 하도급 업체는 롯데건설 홈페이지에서 전자조달시스템 항목을 클릭한 뒤 설명에 따라 인터넷 신청서에 각 내용을 입력하기만 하면 직접 방문 없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롯데건설은 발주 1건 처리시간을 400분에서 185분으로 53.8%나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를 통해 협력업체 31억원, 롯데건설 12억원 등 총 43억원의 관리비용을 절감했다. 롯데건설은 특히 이 시스템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 기술혁신을 업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은 전자태그(RFID)와 4D-CAD를 활용한 초고층 프로젝트 공사관리 혁신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전자태그는 각종 물품에 소형 칩을 장착해 사물의 정보와 주변 환경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4D-CAD는 3차원(3D)에 시간의 개념을 더한 가상현실을 통해 공정관리를 수행하는 방안을 일컫는다.
삼성건설은 전자태그를 활용한 물류관리와 4D-CAD를 적용한 진도관리로 구성된 새로운 공시관리시스템을 도입, 원가절감과 공기단축 및 품질향상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삼성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건설중인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사진)에 이 시스템을 도입, 45억원의 원가절감과 4개월의 공사기간 단축 효과를 봤다.
금상을 공동 수상한 현대건설은 특별한 신기술 보다는 협력 업체와의 동반 해외진출이라는 방법을 통해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건설은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 개발공사에 협력업체 80개사와 함께 진출했다. 협력 업체들은 각각 이란의 현지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현지 회사와의 협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이를 통해 공기단축, 원가절감은 물론, 국가인지도 제고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GS건설은 철근선 조립을 이용한 교각 코핑 생산성 향상 공법을 선보여 은상을 수상했고, 삼안산업은 전도식 자동 수문장치, 포스코건설은 골조공사 층당 3일 사이클 적용에 의한 공기단축으로 은상을 공동 수상했다. 대림산업 신광휀스건설 대우건설 한국에이비엠건설 등도 새로운 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건설 권영섭 이사는 “이제 건설산업도 기존 수익모델 변화와 프로세스 혁신이 없으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혁신사례를 건설업계가 서로 공유해 경쟁력 및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건설업계 상생 프로그램 인기
상생(相生) 바람이 건설업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협력 업체와 공동보조를 맞춰 나가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 및 자금 지원책 마련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노력은 철저한 상하 하도급 구조로 인한 건설업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움직임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다양한 윤리경영과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중소 협력 회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업체 멘토링 제도’와 ‘자이 최고경영자(CEO) 포럼’ 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멘토링 제도’는 회사 임직원과 협력 회사간 공식적인 대화 라인을 구축, 협력 회사의 애로나 건의사항을 듣고 업무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이 CEO 포럼’은 경영진들의 만남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GS건설은 2개월마다 정기 모임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외부 강사를 초빙, ‘경영자 수업’까지 겸하고 있다. GS건설은 또 2001년부터 협력 업체와의 거래에서 어음제도를 폐지하고 현금성 결제 방식인 ‘구매기업 전용카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협력업체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안전관리를 위한 외국 견학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중대재해 위험성을 안고 있는 23개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22~26일 닷새 동안 일본 도쿄에서 ‘선진건설 안전관리 견학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해마다 우수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개선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일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또 공사 시행 중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해 원가를 줄이면 절감 금액의 35%를 협력 업체에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공사도 최근 상생경영을 골자로 한 ‘하도급 관리지침’을 제정, 실천하고 있다. 토공은 성남 판교지구 택지개발 조성공사 1공구와 부산 정관산업단지 조성공사 등을 ‘상생협력 시범사업’으로 지정해 각종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중앙 정부도 대형 건설사와 협력사간의 상생 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하도급 정보망을 구축하고 대금지급 보증제 등 하도급 보호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 건설사 지원실적이 우수한 2,941개 일반건설 업체에 대해서는 공공공사 입찰시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PQ)와 시공능력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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