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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저출산·고령화 사회 여성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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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기획/ 저출산·고령화 사회 여성이 희망이다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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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구멍 뚫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정작 배치되는 곳은 변방 부서→ 능력도 있고 최선을 다할 각오도 돼 있지만 차장이나 부장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 자식이냐 직장이냐의 기로에서 번민하다 결국 애 키워놓고 다시 일자리를 찾으면 빈 곳은 비정규직뿐’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국내 10대 기업의 인력구조와 고려대 83학번 여학생들의 졸업 후 20년 삶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 대졸 엘리트 여성들은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최근 저출산ㆍ고령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남편=가족부양, 부인=자녀양육’이라는 고답적인 관념과 남성중심 문화에 갇혀 고급 여성자원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취재팀은 현대차, LG전자, SK㈜, 포스코, GS칼텍스, 기아차, 에쓰오일 등 매출액 10대 제조기업(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필립스LCD는 자료제공 거부)을 대상으로 직급ㆍ부서별 여성인력 분포(본사 정규직 기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리 이하급에서는 여성 비율이 평균 15%에 달했지만, 부ㆍ차장급은 1%도 안됐다. 특히 인력현황을 공개한 7개 기업 중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5개 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부서별로는 에쓰오일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서 핵심 부서인 기획ㆍ전략 부문의 여성인력 비중이 총무ㆍ인사 부문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현대차, SK㈜, GS칼텍스 등 3개 기업은 기획ㆍ전략 부문 여성 비중이 총무ㆍ인사 부문 여성 비중의 절반도 안됐고, LG전자와 포스코는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여성이 승진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을 뿐더러, 핵심보직을 받아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실증하는 수치다.

또 고려대 영문ㆍ불문ㆍ심리ㆍ사회ㆍ정치외교 등 5개 학과 83학번 졸업생(현재 42~43세) 269명(남학생 포함)의 현재 직업과 졸업 이후 경로를 추적한 결과, 여학생 97명 가운데 3명 중 1명 꼴인 35명이 전업주부였다.

전업주부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 국가사회에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초등학교부터 최소 16년 이상 교육을 받으며 명문대를 나온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과연 정당한 ‘기회’가 주어졌는지 또한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직장에 다니는 83학번 졸업여성 56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다시 3명 중 1명 꼴로, 같은 학번 남학생의 비정규직 비율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인력은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구조를 극복해줄 마지막 미개척 자원의 보고(寶庫)다. 정부와 재계도 노동인구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창의력과 ‘소프트(soft)’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제트렌드에 대처하려면 ‘여성인재 활용’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회와 기업 현장에서는 성적 편견과 차별이 여전해 많은 고학력 여성인재들이 사장되고 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유병률·안형영기자 사회부= 양홍주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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