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핵심 반도체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인수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 사상 처음 이뤄진 해외 인수합병(M&A)을 두고 국내 DMB 산업이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DMB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인티그런트(대표 고범규)는 8일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아나로그 디바이스(ADI)사에 지분 전량을 1억6,000만 달러(약 1,525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인티그란트는 인텔, 자프코 등 외국인 지분 40%를 포함한 전체 지분의 90%를 우선 매각하고 3년 뒤 나머지 고 사장의 개인 지분 10%를 넘기기로 했다. ADI는 디지털 신호처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지난해 전세계에서 2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인티그런트는 앞으로 사명, 경영권, 인력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ADI의 세계적인 마케팅망을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게 된다. 고 사장은 “ M&A로 퀄컴과 겨룰 수 있는 모바일TV용 토털 솔루션을 갖추게 됐다”며 “국내 휴대폰 제조사 뿐 아니라 ADI의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노키아, 모토로라 등에도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인티그런트는 휴대폰과 노트북용 DMB 수신기 등에 들어가는 DMB 저잡음 신호수신칩(RF튜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방송 전파를 받아 채널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이 칩은 잡신호(노이즈)를 걸러주는 회로를 내장하고 전력 소모가 매우 낮아 국내 지상파 DMB폰 가운데 60%, 위성 DMB폰의 50%가 장착하고 있다. 또 유럽식 DMB인 DVB-H, 일본식 DMB인 IS-DBT 등 모바일TV 관련 튜너칩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인티그런트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국가적으로 힘들게 개발한 DMB 반도체의 주요 기술을 외국 기업에 고스란히 넘겨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종범 IT SoC협회 사무총장은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M&A를 했다면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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