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고건 전 총리는 지금도 한나라당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것은 그 분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퇴임(16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대’ 결성계획을 밝힌 고 전 총리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고 전 총리측이 최근 “한나라당에는 절대 몸담지 않겠다”고 강조했음에도, 또 다시 “한나라당과 어울린다”고 말한 박 대표의 의중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왔다.
박 대표는 2년3개월간 대표직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간담회를 시작했다. 그는 “탄핵 직후 총선에서 당이 없어질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를 맡아 121명의 의원을 배출하면서 이제껏 달려왔다”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부터 꾸준히 노력해 당의 지지율을 이만큼 높인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며 “승리에 안주하는 게 위험한 일”이라고 당내 일각의 이완된 분위기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정치공학적으로 수를 불리고 하는 시대는 갔으며, 정치시작 당시의 초심을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하기 힘든 3대 직업 중 하나가 야당 대표라면서요”라며 대화 도중 간간히 농담을 섞는 등 시종 밝은 표정이었지만, 수술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말투나 표정은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박 대표는 “병원 수술대 위에 누워있을 때 부모님은 흉탄에 돌아가셨는데 나도 이런 일을 당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승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살아 왔으니 무슨 일을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피습 직후 얼굴에 손을 댄 순간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솟는 느낌이 들어 상처가 크다는 걸 직감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한 대선후보 선출시기 조정을 위한 당헌 개정주장에 대해 “당 혁신안을 시험도 안 해보고 손 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7월 전당대회와 관련, “차기 당대표의 조건으로는 당 정체성 유지, 개혁ㆍ혁신의 지속 추진, 대선경선 공정관리 등 원칙이 충족돼야 한다”며 “마음에 둔 사람은 있지만 엄정 중립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 당 의장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을 묻자 “의장들의 임기가 좀 짧았다”며 문희상 전 의장을 꼽았다.
박 대표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대표직을 수행하느라 모든 것을 포기했었는데 일단 집에서 몸을 추스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등 못했던 일을 할 것”이라며 “건강이 회복되면 미뤘던 해외방문도 하고, 대선 출마 선언도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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