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성장세가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리며 순익 1조원 은행이 잇따라 등장하는가 하면 인수합병과 시장확장 등을 통해 덩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외국 금융회사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금융 각 부문이 융합되는 추세에서 은행의 대형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한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오랜 구조조정을 통해 바닥을 다지고 올라선 은행권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중이다. 지난해 순익 1조원을 넘은 곳만 해도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등 네 곳. 특히 국민은행은 2004년 순익이 3,605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단숨에 순익 2조2,522억원을 올리며 은행권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도 전년대비 순익이 6,813억원(65%) 급증하며 1조7,321억원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지주(1조6,882억원), 외환은행(1조9,293억원)도 성장세를 높였다. 올해는 하나금융, 기업은행 등이 새로 1조원 클럽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 1분기에도 국내은행들은 당기 순익이 3조5,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합병과 시장확대 등을 통해 은행의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자산규모 270조원대의 슈퍼 뱅크로 거듭났고,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가 163조원으로 불어났다. 우리은행(140조원) 하나은행(103조원) 등도 총자산 100조원 대에 올라있다. 이들 은행들은 올해도 대출확대와 예금확장 등의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덩치를 키우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총자산 300조원 대의 은행 탄생도 머지 않은 상황이다.
외환은행과 함께 올해 금융계 인수합병(M&A)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카드의 향방도 관심사다. 자산 11조원에 회원수 1,000만명을 넘는 LG카드를 붙잡기 위해 신한, 하나, 농협 등의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멀찌감치 앞서 간 상황에서 LG카드 인수결과에 따라 중위권 구도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은행들의 이 같은 대형 성장화는 금융권 빅뱅기의 생존 전략 차원이기도 하다. 외환은행, LG카드 등 대형 M&A 매물이 빅뱅의 계기가 됐지만 금융시장의 상황 자체가 태풍전야의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금융서비스 부문의 개방 폭이 더욱 넓어지게 돼 외국계 대형 은행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2008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증권, 자산운용, 선물회사 등이 하나로 묶인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등장하게 되면 증권사들과의 영업 대결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는 지급결제기능까지 갖추게 돼 은행으로선 수수료 수입 감소, 고객 자산 이탈 등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 영업도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융합에 맞춰 은행들도 자산운용, 증권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를 두고 하나은행, 대한투자증권, 하나생명, 대한투자신탁운용 등을 거느리며 종합적인 금융그룹으로 발전한 하나금융그룹처럼 각 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체제에서 증권, 자산운용, 보험, 카드 등 업무 영역을 더욱 확대해 종합금융서비스 그룹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형화와 겸업화가 돌파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경쟁에서 도태하는 은행들은 다시 M&A 대상이 되고, 이를 통해 은행들은 더욱 더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LG카드 인수에 나서며…
외환은행 인수전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계 최대의 현안으로 남은 것은 LG카드 인수전이다.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LG카드의 인수 향방 역시 외환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권 판도를 뒤바꿀 큰 변수다.
LG카드 인수를 위해 맞붙은 은행권 수장은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 두 사람은 ‘신한’과 ‘하나’ 각 은행의 정신적 지주이자 산 증인으로서 은행 성장을 주도해온 금융계의 대표적 리더다. 이번 인수전에선 누가 미소를 지을 지도 관심이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한 라 회장은 91~99년까지 은행장으로 재직, 3연임의 기록을 세우며 신한은행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재임기간 중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10조원에서 45조원으로 4배 이상, 지점의 수는 115개에서 336개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또 2001년 9월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킨 데 이어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 인수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라 회장은 지난해 중반 “카드 보험 자산운용을 더 강화해야 한다. LG카드에 관심이 있다”며 LG 카드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기관에 비해 일찌감치 인수의사를 밝히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신한이 인수전에서 일단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맞선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 역시 후발 중소 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을 국내 4대은행으로 끌어올린 카리스마적 리더다. 97년 하나은행장에 올라 8년간 은행장을 지낸 뒤, 이사회 의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지주를 출범시키며 회장이 된 것도 라 회장과 비슷하다.
특히 김회장은 은행장 취임 후 충청ㆍ 보람 서울은행을 연이어 인수하며 단기간에 대형 우량은행으로 성장시키고 대한투자증권 인수 등에 성공해 ‘M&A의 귀재’로 불린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선 비록 국민은행에 밀려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LG카드 인수전에서 또 어떤 성공 드라마를 펼칠지 관심이다. 김 회장은 “M&A는 상시 경영전략으로 언제든 이를 통한 성장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며 “시너지 효과를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마다하지 않겠다”며 M&A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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