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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미래한국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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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미래한국 이끈다

입력
2006.06.0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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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4일,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이 국가 신용등급을 넘어서는 이른바 ‘신용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국제적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이날 삼성전자의 외화표시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3에서 A1으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달러표시 채권의 신용등급(A3) 보다 두 단계나 높은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기업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원칙에 따라 막대한 보유 현금자산에도 불구,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무디스가 국가와 기업 신용등급의 연관성 기준을 완화하자마자 곧바로 상향조정 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며칠 후에는 한국전력과 SK텔레콤 신용등급도 국가등급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이 국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 같은 경향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뚜렷하다. 해외 시장을 휘젓는 우리나라 기업의 활동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 브랜드 평가 회사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9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가 매기는 세계 1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은 단 한 개도 포함되지 못했다. 2000년에야 ‘삼성’ 브랜드가 52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43위에 올랐다.

100대 브랜드에 든 한국 기업의 가치는 2001년에는 63억 달러로 네덜란드(86억 달러)와 이탈리아(78억 달러)에 이어 11위에 머물렀지만, 2005년에는 210억 달러로 8위로 급상승했다. 또 2001년에는 삼성만이 100대 브랜드에 포함됐지만, 지난해에는 삼성(149억 달러), 현대차(34억 달러), LG(26억 달러) 등이 100대 브랜드가 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과 이미지가 급속히 개선되는 것과는 달리 국가 경쟁력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평가 기준의 객관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 경쟁력 지수가 하락 추세이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인의 평가도 아직도 야박하다. 한독상공회의소 디터 브링크만 회장 같은 사람은 “유럽에서 삼성, LG는 누구나 알지만,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는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독일 기업들이 왜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뒤 “일본의 품질이 한국보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 동안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가 홍보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개선된 이미지가 국가 이미지를 견인하는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04년 세계 70개국 100개 도시 일반 소비자 5,2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가 호감도는 67.3%로 2003년(60.6%)보다 크게 상승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72.5%)이 구매하지 않은 사람(53.3 %)보다 우리나라에 대한 높은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인이라는 방증이다.

한국과 한국 정부를 따라 배우려는 개발도상국들도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전산망이나 증권시장 시스템 등을 배우기 위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우리나라 행정전산망을 도입했고, 베트남은 호치민 증권거래소 운영시스템을 한국에서 복사해갔다. 미국의 안보문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킬리브루는 “미국이 점령한 이라크에 한국 모델을 적용해 국가건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경제부 대외정책팀 나석권 팀장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원조를 받던 빈곤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해 남들을 도와주게 된 유일한 나라로 통한다”며 “우리 국민들은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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