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기여국으로 변모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건 기업들이 정부의 수출 주도형 경제 발전 정책에 호응,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데 힘 입은 바 크다.”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개도국 개발과 한국의 역할 ’이란 주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KOTRA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강연에서 울포위츠 총재는 “민과 관의 이러한 협력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특히 한국 대기업은 기업가 정신과 관리 능력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발전에도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현재 세계은행의 가장 큰 과제인 아프리카 빈국 개발에 한국보다 더 좋은 모델은 없다”며 “한국이 기술, 자금 등을 지원해줄 뿐 아니라 민ㆍ관 협력의 경제 개발 성공 경험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유해주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울포위츠 총재의 말처럼 우리 기업들은 그 동안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대접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연 매출 10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춘지의 ‘글로벌 500’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은 미국이 176개로 가장 많았고 우리나라는 11개로 10위에 올랐다. 삼성전자(39위), 현대차(92위), LG전자(115위), SK(117위), 삼성생명(251위), 포스코(276위), 한전(277위), 한화(393위), KT(414위), 삼성물산(442위), SK네트웍스(446위)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4대 그룹과 대기업의 경제 기여도가 매우 큰 편이다. 우선 지난해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는 모두 2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국세 127조4,000억원의 23.4%를 차지했다. 이는 1990년 13.3%보다 1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재정경제부의 ‘2004년 법인세 현황’에 따르면 전체 31만6,777개 법인 가운데 과세표준(세전이익 기준) 500억원 이상 대기업은 189개(전체 법인 중 0.1%)에 달했다.
또 기업이 낸 법인세(신고기준)는 총 12조2,985억원으로 전체 법인세수(21조5,000억여원)의 57.1%나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3.6%(2004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3.4%보다 높다.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4년 경제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1.9%에 그친 반면 30대 기업의 고용은 42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5.9% 늘어났다. 또 30대 그룹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전체 제조업 취업자(2005년 기준 420만명) 중 14% 정도인 6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7명중 1명은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대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 284조원 가운데 12월 결산법인 475개사의 수출액은 모두 253조원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SK 등 4대 그룹의 수출액은 150조원(추정치)으로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품목별로 봐도 대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선박, 석유화학, 컴퓨터 등 6대 품목의 비중이 해마다 전체 수출액의 51~53%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4대 그룹 매출액은 삼성 140조원, 현대차 85조원, LG 84조원, SK 60조원 등 모두 369조원에 달해 국가 예산 221조원보다 67%보다 많다. 4대 그룹 매출이면 나라 살림 1년 6개월은 거뜬한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투자액(연구ㆍ개발 포함) 62조9,000억원 가운데에서도 4대 그룹의 투자액은 24조원에 달해 38.1%를 차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나라 살림과 일자리 창출, 외화획득과 기술개발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우고 기업 환경 등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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