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의 축소판이다. ‘불모의 땅’에서 시작했으나 40년 만에 세계 최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점이나, 내수보다는 해외 진출에서 활로를 뚫은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완성차 업체이면서도, 유일한 토종 자본인 현대ㆍ기아차그룹은 2010년까지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지 않아 국내 수요가 연간 최대 200만대를 넘을 수 없다는 게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진출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현대차가 세계화의 첫 단추를 꿴 곳은 터키였다. 1997년 터키 이즈미트에서 가동을 시작했는데, 터키 국내시장보다는 주변 개도국은 물론 장기적으로 서유럽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이 공장의 지난해 생산능력은 6만대다.
두 번째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의 ‘인도 공장’이다. 98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2005년 생산능력은 25만대다. 이어 중국(베이징)과 미국(앨라배마) 현지공장이 2002년과 2005년 가동에 들어갔는데, 지난해말 현재 각각 30만대와 15만대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현대차는 2005년 총 79만대 수준이던 해외공장의 생산능력을 올해에는 96만대로 확충하고, 2007년과 2008년에도 계속 생산시절을 늘려 2011년에는 해외에서 2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도 세계 주요지역에 자동차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둥펑위에다)에 이어 유럽(슬로바키아 질리나)과 미국(조지아)에도 현지 생산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현재 가동중인 13만대 규모의 중국 제1공장에 이어 장쑤성에 건설중인 30만대 규모의 중국 2공장이 2007년 완공되면 중국 생산능력은 43만대가 된다. 또 유럽과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기아는 중국 43만대, 유럽 30만대, 미국 30만대 등 해외에서만 100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대ㆍ기아차의 국제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다. 현대차는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자동차 회사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아차는 국내 최초로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등 각종 랠리경기에 출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공식 스폰서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해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영권은 해외자본에 넘어갔으나,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에 생산거점을 둔 완성차 업체들도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5월말 현재 150여 개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GM대우는 해외 시장에서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대우(Daewoo), 시보레(Chevrolet), 뷰익(Buick), 폰티악(Pontiac), 스즈키(Suzuki), 홀덴(Holden) 등 세계 각 지역별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택, 수출하는 방식이다. GM대우는 출범 첫 해인 2002년 25만2,139대를 수출한 이후 2003년 45만2134대, 2004년 79만5627대 등 매년 50~60%의 높은 수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출범 3년째인 2005년에는 105만193대를 수출했다.
GM대우보다는 규모면에서 뒤지지만 르노삼성도 국내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2월 7일 마산항에서 르노삼성과 일본 협력사인 닛산자동차 등의 임원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SM3’ 1,694대가 닛산 브랜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수출됐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SM3 3만여대를 러시아와 중동 지역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 현대차 ‘품질상황실’ 전세계로부터 민원 접수
2000년 현대자동차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8조2,300억원과 6,679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27조3,837억원과 2조3,14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급성장은 내수보다 수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같은 기간 내수는 10조4682억원에서 11조192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수출은 7조7,628억원에서 16조3,64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 수출이 급증한 것은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품질경영’ 덕분이다. 현대차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싼 차’라는 이미지였으나, 최근에는 쏘타나가 미국의 유력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인 ‘J.D. 파워’의 품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국 현대차의 성공은 품질경영과 글로벌경영의 절묘한 결합 때문인데, 현대차에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챙기는 부서가 품질상황실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사옥 1층에 있는 품질상황실은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로부터 품질관련 민원을 접수, 처리하는 곳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품질상황실은 2교대로 운영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품질상황실과 ‘테크니컬 핫라인’이 동시에 가동되지만,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품질상황실 근무자 2명만 근무한다.
주간에만 운영되는 ‘테크니컬 핫라인’은 현지 정비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긴급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임무이며, 품질상황실은 시차(時差) 때문에 한국 본사의 기술인력과 지원부서가 잠들어 있는 공백 기간 동안 전세계에서 접수된 품질 관련 민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다음달 새벽 신속하게 전파하는 게 목적이다.
품질상황실 운영 실무책임자인 김천성 해외정비품질2팀장은 “전날 밤과 새벽에 올라온 품질관련 민원들을 오전 5시30분 회사 최고위층과 관련부서 직원 등 250명에 배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품질 민원을 24시간 내에 담당 기술부서에 전달하는 게 우리의 임무이며, 지난해 품질상황실이 처리한 글로벌 민원은 약 6,00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24시간 가동되는 품질상황실은 현대차의 품질경쟁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품질상황실이 생기기 전에는 해외로부터 접수된 민원이 평균 2~3일 지난 뒤 실무자에게 전달되거나, 심지어 일주일 이상 걸린 적도 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이 직접 품질상황실 설치를 지시하고, 수시로 상황실을 방문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뒤에는 품질 개선에 대해 전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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