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뮤지컬 ‘라이온 킹’공연의 상세한 내용이 공식 발표되면서 국내 뮤지컬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을 갖춘 ‘시키’가 국내 첫 뮤지컬 공연극장에서 1년 이상 공연한다는 목표 아래 파격적인 티켓 가격(최고가 9만원)을 제시하면서 국내 뮤지컬계에 ‘라이온 킹’경계령이 내려졌다.
7일 잠실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아사리 게이타(73ㆍ사진) 극단 시키 대표는 “한국에서 뮤지컬이 일반에 제대로 침투하지 않은 것은 티켓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며 “215억5,000만원을 투자한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으로 1년만 롱런한다면 적자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뮤지컬의 질이 뛰어나 3년 정도 롱런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이 공연으로 이익이 생기면 배우양성 시설 등 한국 공연계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키의 공연 계획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티켓 가격. 시키측이 밝힌 티켓 가격은 S석 9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 C석 3만5,000원으로, 최고 13만원에 이르는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30% 낮은 수준이다.
시키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은 벌써 국내 뮤지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라이온 킹’과 맞대결 하는 ‘에비타’의 제작사인 설앤컴퍼니는 이미 최고가를 9만원으로 책정했고, 8만원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티켓 가격 때문에 마음 놓고 뮤지컬을 볼 수 없었던 관객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제 막 성장가도에 오른 국내 뮤지컬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한 뮤지컬 기획사 관계자는 “티켓 가격을 낮추려면 결국 제작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자칫 작품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본을 앞세운 시키의 진출로 국내 공연시장 질서의 교란이 우려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라이온 킹’을 개관 첫 공연 작품으로 선택한 샤롯데 뮤지컬 전용 극장이 결국 시키의 전용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손재환 샤롯데극장 대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외 구분없이 최고 수준의 뮤지컬만 엄선해 올려 국내 뮤지컬 발전은 물론 뮤지컬 한류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온 킹’ 공연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시키 소속 한국 배우 30여명과 국내 오디션에서 뽑힌 배우들이 우리말로 공연하며,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 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본에서 8년째 공연중인 ‘라이온 킹’은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이다. 공연은 10월 28일 시작하며, 티켓은 8월 2일부터 판매한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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