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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구토날 때까지 연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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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구토날 때까지 연습했어요"

입력
2006.06.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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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독에게 가면 누구나 ‘배우’가 돼 돌아온다. 배우라는 말에 연예인과는 다른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하는 기존의 어법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가수 엄정화가 그랬고, 꽃미남 스타 권상우가 그랬다. 스타들이 줄을 서 대기표라도 받아둬야 할 것 같은 그 감독, 유 하의 수하로 이번엔 조인성(25)이 갔다.

“그 전에도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 없고, 늘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기했는데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유 하 감독님과 한 번 작업해보고 싶던 차에 섭외 제안이 온 것뿐이죠.”

조인성은 건강했다. 잘 생긴 외모가 연기의 걸림돌이 된다고 괴로워했던 장동건과도 달랐고, 가급적이면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버릇이 있었다. “이 직업이 만인의 연인이잖아요. 누구나 꿈꾸는 이상형이 돼줘야 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외모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연기력 문제는 제가 극복해야 할 별개의 일이지만요.”

그렇다고 허구한 날 판타지를 주는 역할만 할 순 없는 노릇. 아닌 말로 송강호씨가 맡는 역할에 조인성씨 같은 외모는 좀 어려운 것 아니냐고 딴지를 걸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반대로 송강호씨가 못하는 걸 저희가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장동건씨도 ‘친구’에서 리얼한 조폭 연기를 했고, 정우성 선배도 ‘비트’에서 그분 스타일에 맞게 비루한 청춘을 표현했어요. 나쁘게 따지자면 한도 없이 나쁘지만, 좋게 따지자면 그래요. 저희들은 열심히 하면 그분들의 연기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저희들의 외모를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비열한 거리’의 조폭 병두는 삶의 무게를 생존의 몸부림으로 버티는 기름기 하나 없는 역할.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비열한 인간들의 먹이연쇄 속에서 필사의 발버둥을 치는 병두는 조인성이라는 배우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역할 조합으로는 다소 낯선 캐릭터다.

“제가 재벌 2세 역할로 강하게 각인돼 있지만, 실은 저도 병두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가장 역할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저희 집도 주 수입원은 저예요. 그런 면에서 병두와 저는 직업이 다를 뿐이지 가족에 대한 중압감이라든가 책임감 같은 건 비슷하죠. 사실 재벌 2세도 ‘발리에서 생긴 일’ 딱 한 작품이었는데, 아, 뭐, 병원장 아들(‘봄날’)도 재벌이지요. 그래도 열 작품 중 두 작품이면 많이 한 것도 아니지 않나요?”

조인성은 이번 영화를 위해 하늘이 노래지고 구토가 나올 정도로 액션연습을 했다. 따라해보고 싶은 멋지고 비장한 액션이 아니라 비린내가 나는 날 것 그대로의 몸부림이다. “신재명 무술감독과 세 달 정도 연습했는데, 토할 것 같다고 하면 ‘토해라. 난 너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의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다’ 이러세요. 그분들이 같이 운동하면 못할 수가 없어요. 못하는 건 말이 안돼요.(몹시 힘주어 강조) 다 되게 돼 있어요.”

무수한 조폭 영화의 재생산이라는 비판도 우려될 법하건만 조인성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의사 나오는 드라마가 다 종합병원은 아니잖아요.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조폭을 미화하려고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조폭은 참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될 걸요. 그것만으로도 기존 영화와는 다른 메리트 아닐까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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