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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0배 즐기기/ 24번째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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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0배 즐기기/ 24번째 태극전사들

입력
2006.06.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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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라는 ‘블록버스터’에서 주연은 당연히 선수와 감독. 그라운드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플레이에 숨을 죽이고, 감독의 예리한 용병술과 전술에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주연만으로는 결코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는 없는 법. 때론 부족한 곳을 채워주고, 때론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훌륭한 조연들이 있어야 작품도 주연의 활약도 빛이 난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아드보카트호’에도 그런 숨은 ‘도우미’들이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야전병원 25시 - 최주영 의무팀장

대표팀의 터줏대감 최주영(54) 의무팀장. 이제 웬만한 축구팬이면 그의 얼굴을 대충 기억할 정도다. 경기 도중 선수가 쓰러지면 곧바로 구급상자를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이 바로 최 팀장이다. 94년부터 12년간 대표팀과 동고동락중인 그는 월드컵 출전만 벌써 3번째, 거쳐간 감독만 무려 10여명이다.

의무지원팀에는 최 팀장을 비롯해 김현철 주치의, 강훈 물리치료사, 황인우 트레이너, 욘 란옌덴 물리치료사 등 5명이 있다. 하지만 모두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이번 독일월드컵 출정을 위해 한국에서 싣고 간 의료장비만 라면박스 크기로 60상자 분량. 매일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테이핑 아이싱을 하느라 자정까지 쉴 틈이 없다.

건강한 선수들을 물론 이상 징후를 보이는 선수들을 꾸준히 점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특히 육체적인 부상에는 정신적인 부상도 함께 따르기 마련이어서 선수들의 몸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민 상담까지 책임지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다.

●체력은 밥심 - 정지춘 조리장

‘체력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 현지 음식으로는 선수들의 입맛을 100% 만족시켜 줄 수 없다. 때문에 정지춘(41) 조리장은 대표팀이 해외에 나갈 때는 항상 동행한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

정 조리장은 매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한식에 필요한 재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판다. 도통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지만 산삼밥, 무국 등 꾸준히 양질의 한식을 제공하는 ‘프로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매 끼니 정성스레 마련한 ‘어머니 손맛’은 오랜 해외체류 기간에 지친 선수들의 입맛을 돋구고 체력을 길러주는 제1의 에너지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 신승순 비디오분석관

신승순(35) 비디오분석관은 태극 전사들이 경기를 하거나 훈련을 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나타난다. 혹한의 날씨는 물론이고, 때로는 철제 임시 망루에 위태롭게 올라가 두 시간씩 버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서 압신 고트비 코치를 도우며 노하우를 익힌 그는 본격적인 비디오분석관 역할을 도맡았다. 선수단 훈련 하나 하나와 경기 상황을 꼼꼼하게 영상에 담아 코칭스태프에 전한다. “감독도 모르는 선수 장단점을 비디오는 안다”는 것이 그의 굳은 신념이다.

●아드보카트호의 그림자 - 통역 박일기, 미디어담당관 이원재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사람이 박일기(29)씨이다. 그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통역이자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최종 엔트리 발표 때까지 K리그에서 출전선수와 경기결과, 내용 등을 영문으로 작성해 보고한 것도 그였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해 핌 베어백, 압신 고트비 등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국내 선수들간의 가교역할.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그들의 의사소통이 매끄러워야 선수단이 융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대언론 창구역할을 하는 미디어담당관 이원재(44) 부장도 항상 선수단과 밀착 동행한다. 선수단의 동향을 파악해 뉴스가 될 만한 소재를 취재진에게 전달하고 대표팀의 인터뷰를 주선한다. 100명이 넘는 한국 기자들을 모두 챙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에 수 백 통이 넘는 전화를 받는 것도 다반사. 하지만 짜증 한번 내는 일이 없다.

●대표팀 살림꾼 - 전한진 매니저 & 김대업 주무

전한진(36) 매니저와 김대업(34) 주무는 대표팀의 소문난 살림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히딩크 감독의 손발이 되어 선수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왔던 전 매니저는 이번 월드컵에선 공문 발송, 스케줄 관리, 항공 및 현지 교통편 예약, 숙소와 훈련장 섭외, 전지훈련 및 평가전 준비 등 골치아픈 행정업무 전반을 처리한다.

전 매니저가 대외적인 일을 도맡는다면 김 주무는 선수들이 편안함 속에 경기와 훈련에만 전념하도록 돕는 안방 살림꾼.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를 치러낸 그는 누구보다 선수단의 속사정을 훤히 꿰고 있어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까지 보살펴 준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요청사항을 협회에 전달하고, 협회 계획이나 방침을 대표팀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도 척척이다.

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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