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 만든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시안)은 당장 구체적으로 추진할 정책 과제만도 70여 가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이 연초부터 꾸준히 각 부처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이어서 건전한 ‘쇼크’를 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본법에 따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출범시켰고 10월 보건복지부 내에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본부’를 발족했다. 복지부 노동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등 12개 부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본부는 즉시 기본계획 마련에 매달렸다. 연구용역을 통해 18개 연구기관과 학계 전문가 60여명의 의견도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안이 정부가 들인 노력만큼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유아 보육ㆍ교육비 지원확대나 연령제한폐지 등을 빼놓고는 그다지 눈길을 끄는 대책이 없다. 각 계층의 맞춤형 대책을 만들다 보니 중구난방식의 백화점 대책으로 흘러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 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확정된 대책을 국민들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연초부터 시안 중 일부를 공표해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며 “구체적인 내용은 각종 공청회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본계획을 발표할 때 나올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는 핵심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원조달 문제를 놓고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당초 보건복지부가 간판 정책으로 내걸려 했던 아동수당제(양육 아동 1명에 10만원 가량을 매월 지급하는 제도)가 시안에서 빠진 것도 이번 발표의 무게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수당제 대신 보육ㆍ교육료 지원 폭이 크게 확대된다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며 “매년 3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해 경제부처의 반발이 있었다”며 “이후 공청회와 부처 협의를 거쳐 본계획 발표 때는 어떤 형태로든 아동수당제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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