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다리와 작다리는 누가 더 셀까. 이번 독일 월드컵은 체코 얀 콜러(202cm)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니콜라 지기치(202cm) 등 2㎙가 넘는 공격수 만 2명, 190cm 이상만 15명 등 유난히 많은 장신 공격수들이 골 사냥에 나서는 유례없는 대회다.
이들이 제대로 활약을 펼칠 경우 하나의 통념이 깨진다. 지금껏 월드컵은 단신 선수들의 무대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1958ㆍ62ㆍ70 등 3번의 우승을 이끈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171cm), 86년 멕시코 월드컵을 빛낸 천재 디에고 알만도 마라도나(165cm), 이탈리아의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조(174cm)를 비롯해 그라운드를 지배한 공격수들은 대부분 키가 작았다.
키 큰 선수 중 팬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선수는 나이지리아 은완코 카누(197cm, 30), 독일 카르스텐 얀커(193cm, 32), 네덜란드 패트릭 클루이베르트(189cm, 30)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그저 머리만 쓰는 ‘반쪽 선수’이거나 후반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장신 선수들은 화려한 드리블, 빠른 스피드, 슈팅 능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그 만큼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우선 FIFA 랭킹 2위 체코의 주전 공격수 콜러가 돋보인다. A매치 68경기에 나서 42골을 넣은 그는 3일 트리니토바고와 평가전에서 두 번이나 골 네트를 가르며 이름값을 해냈다. 잉글랜드의 샛별 피터 크라우치(198cm)도 눈에 띈다. 그는 같은 날 자메이카 평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최근 3경기서 5골을 몰아치고 있다. 마이클 오언(172cm), 웨인 루니(178cm) 등 주전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크라우치의 활약에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4일 중국과 평가전에서 두 골을 뽑아낸 스위스 마르코 슈트렐러(195cm), 토고 공격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190cm) 등 특급 장신 스트라이커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장신 공격수 바람 몰이가 달갑지 않다.
# 아르헨 사비올라·메시, 英 오언 등 '단신 전성시대' 명맥 이을지 주목
물론 ‘땅콩’ 공격수들이 가만 있지는 않을 기세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170cm 이하 공격수는 8명. 특히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사비올라(169cm)와 리오넬 메시(170cm) 두 선수는 ‘제2의 마라도나’ 신화를 꿈꾸고 있다. 둘은 2001년과 2005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최우수 선수상을 잇따라 수상한 바 있다.
오랜 부상에서 회복, 명예 회복을 노리는 잉글랜드 마이클 오언과 브라질의 호비뉴도 지켜볼 대상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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