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사실주의 연극의 힘에 압도됐다. 고 차범석 씨의 ‘산불’이 원로 연출가 임영웅 씨의 연출로 35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던 것.
1970년 명동 극립극장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임씨는 지난해 연극을 첫 연출 당시보다 더 원작에 가깝게 연출, 고인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귀향’이 당선, 본격 창작에 들어간 고인은 전후 문학 세대로서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 의식이 강한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는 인간을 그린 ‘불모지’(1957)와 이념의 허구를 그린 ‘산불’(1962) 등 반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비롯, ‘성난 기계’(1957), ‘청기와집’(1964), ‘열대어’(1965), ‘장미의 성’(1968), ‘꿈 하늘’(1987), ‘들리니? 풀잎 자라는 소리’(1994),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2001) 등 쉼 없는 창작에의 열정을 불태워 왔다.
또 1963년에는 극단 산하를 창단, 1983년까지 대표로 활동해 한국에 현대극의 어법을 정착시키는 데 공헌했다. 저서로는 희곡집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1961), ‘대리인’(1969), ‘환상 여행’(1975), ‘학이여 사랑일레라’(1982), ‘식민지의 아침’(1991), ‘통곡의 땅’(2000), ‘목포행 완행 열차의 추억’(1994) 등을 비롯해 자서전 ‘떠도는 산하’(1998), ‘옥단어’(2003)를 남겼다.
한편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 박명성)는 고인의 대표작 ‘산불’을 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되살려 세계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세계적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각색을,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에릭 울프슨이 작곡을 맡은 이 작품은 지난해 9월 영국 배우들로 워크샵을 마치고, 2007년 7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옥순, 아들 순주 순규, 딸 혜영 혜진이 있다.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장지는 목포 선산. 강남 삼성의료원 특실 (02)3410-6915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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