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알 카에다를 추종하는 대규모 자생 테러조직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7월 영국 런던 테러와 닮은 꼴이라는 점에서 서구사회에 이슬람 비상령이 떨어졌다.
캐나다 경찰은 2일 온타리오주 토론토와 킹스턴에서 10대 5명이 포함된 테러용의자 17명을 체포했다. 현장에서 폭탄 제조에 필요한 질산암모늄 3톤과 테러 대상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등이 발견됐다. 테이프에는 세계 최고 높이인 553m의 CN타워, 토론토 지하철과 증권거래소, 오타와의 의사당 등이 담겨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압수된 질산암모늄은 168명이 희생된 1995년 미 오클라호마주 연방청사 테러에 사용된 것보다 무려 3배가 많은 양이다.
학생이 포함된 19~43세의 용의자들은 아랍ㆍ동남아 출신의 중산층 무슬림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알 카에다와 직접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 영향을 받은 ‘토론토 조직’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알 카에다처럼 토론토 교외에 훈련캠프를 세우고 위장복까지 갖춰 입은 채 군사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들을 단기간에 의식화시킨 국내외 지도자와 테러조직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미국은 물론 영국 방글라데시 보스니아 덴마크 스웨덴에 거점을 둔 테러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도 런던 테러처럼 인터넷이 중요한 매개체로 사용됐다. 체포된 용의자 중 3명은 미 조지아주에서 검거된 학생 테러 용의자 2명과 컴퓨터로 접촉했다. 용의자들은 2004년 무슬림 채팅 방에서 처음 테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은 당시부터 이를 주시해오다 이들이 질산암모늄을 구매하자 전격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처럼 테러나 과격세력으로 성장하는 젊은 무슬림을 ‘지하드 세대’라고 칭하고 있다. 지하드 세대는 캐나다에 어려서 이민 오거나 이곳에서 태어난 무슬림으로 정체성 위기라는 경험을 공유한다. 토론토 맥켄지연구소의 존 톰슨 소장은 “이슬람과 서구사회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한 10대들이 과격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부모나 극단적인 종교 지도자의 영향, 무슬림에 사회 반감에 대한 분노 등이 자생 테러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에는 60만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2001년 9ㆍ11 이후 캐나다는 미국과 인접해 테러 가능성이 높았지만 실제 테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4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과 함께 캐나다를 테러 목표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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