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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고교생 시위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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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고교생 시위 '눈덩이'

입력
2006.06.0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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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고교생 시위가 심상치 않게 번지고 있다.

30여년만의 최대 가두시위가 벌어졌던 지난달말 까지만 해도 정부가 학생들의 교육개혁 요구에 긍정적이어서 시위는 곧 수그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달 들어 고교생 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교수, 노동자까지 거리로 나서면서 고교생 시위는 자칫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될 기세다. 미첼 바첼렛 중도좌파 정권의 주된 지지층인 교육계와 노조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학생들은 이 달 들어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학교를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농성현장에 음식물을 배달하며 연대를 표시하고 있다. 5일에는 공식적으로 고교생 60여만명 이외에 40여만명에 달하는 대학생과 공무원, 노조원 등이 시위에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노조 등 이익집단이 고교생들의 순수한 교육개혁 요구에 편승해 3월 갓 출범한 바첼렛 정권을 길들여 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말 정부와 두 차례 협상을 가졌던 학생 시위대는 이날 시위에서 공립_사립 학교 간 불평등 해소와 정부의 교육재정 확대 등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수도 산티아고 시내에서 타이어를 태우며 폭력시위를 벌이던 학생 1,000여명을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아 강제 해산했다.

시위 학생들은 바첼렛 대통령이 지난주 제시한 교육확충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요구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를 거부한 뒤 버스 요금 면제, 대학 무시험 진학, 교사 증원, 중등학교 시설 개선 등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거듭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극빈층 학생들을 위한 무료 점심 등 1억 3,500만달러(1,274억원)의 교육재원 추가 투입과 1,200여개 공립학교 시설 개선, 대입전형료 40달러 폐지 등을 약속했지만, 학생들의 분노를 달래지 못했다.

이번 시위는 교육재정을 지방자치에 위임한 교육법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이 교육사업에 진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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