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아 쓰면 젓가락 사용 못지않게 두뇌발달에도 좋습니다. 또 연필을 사용해야 글씨가 예뻐지고 정서적 안정감도 생깁니다.”
충남 아산시 용화초등학교에는 그 흔한 샤프펜슬과 연필깎기가 없다. 학생들은 칼로 연필을 직접 깎아서 쓴다.
이 학교 이강태 교장은 ‘연필 사용주의자’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샤프펜슬과 연필깎는 기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문구용 칼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연필 깎는 방법도 가르쳤다.
“요즘 아이들은 샤프펜슬을 많이 쓰는데 심이 너무 가늘고 잘 부러지기 때문에 힘을 줘 또박또박 글씨를 쓰기가 힘들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만듭니다.”
이 교장은 칼로 연필을 깎는 작업은 단순해보이지만 손의 작은 근육을 사용해 두뇌 개발에 좋다고 말한다. 또 연필 심의 길이를 적당히 조절하고 동그랗고 매끈하게 연필을 깎기 위해 섬세함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필을 사용하면 글씨체가 좋아진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논술을 겨냥해 생긴 글씨 교정학원들도 이 때문에 연필을 사용해 바른 글씨체를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샤프펜슬과 연필깎는 기계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에게 칼을 쥐어주며 연필을 깎도록 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이 학교는 연필깎는 방법을 자료로 만들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했다. 칼과 연필을 쥐는 법과 안전하게 연필을 깎고 다듬는 법, 몽당연필은 볼펜대에 끼워서 쓰는 법 등도 선생님들이 차례차례 가르쳤다. 처음에는 나무젓가락을, 두번째는 이미 깎아진 연필을 다시 깎도록 연습시켰고 마지막으로 새연필을 깎을 수 있도록 지도했다. 또 연필을 직접 깎아 쓴 세대인 학부모들에게는 가정에서 자녀들이 연필을 직접 깎아 쓰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학교 강경은(10ㆍ4년) 양은 “처음에는 연필을 깎는 게 어려웠지만 연습을 많이 했더니 지금은 익숙해졌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용화초등학교는 연필 깎아 쓰기를 더욱 장려하기 위해 22일에는 학년별로 연필 깎기 대회를 열어 시상할 예정이다.
아산=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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