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어제 끝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12차 회의에서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합의서’와 한강 하구 골재채취 사업 등을 담은 9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나름대로 의미가 적지 않지만 선뜻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철도연결 열차 시험운행이 북측의 일방적 약속 파기로 무산된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이번 합의들도 제대로 이행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8,000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을 약속하면서 ‘조건 성숙’을 전제로 달아 원자재 지원 개시 이전에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지도록 연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에 대한 명확한 언질이 없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 골재채취 사업이나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 공동 방지 작업도 모두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들이다. 북측이 군부 반대를 이유로 합의 이행을 미룰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북측이 합의사항을 또다시 뒤집는다면 남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깊어지면서 남북경협이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정부가 아무리 대북포용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북측 당국은 남측 정부가 국민여론을 떠나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합의사항 이행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합의사항 중에는 실천만 된다면 남북협력사업에 획기적 전기가 될 내용들도 적지 않다. 특히 경공업 및 지하자원 협력 합의서는 퍼주기 논란을 부른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상업적 거래방식에 국제적 시장가격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으면 남북경협 확대는 일정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북측이 합의 내용의 성실한 이행과 함께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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