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비행기에 오를 때만해도 독일월드컵 현장취재를 한다는 흥분으로 심장이 뛰었다. 가나와 최종평가전을 치렀던 4일 밤, 시청 앞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던 국민들의 열기가 아직도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알마인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면서 그 흥분은 가라앉고 말았다. 개막을 불과 3일 앞둔 6일 프랑크푸르트의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하고 차분했다. 공항에서는 입국장에 설치된 각국 플레이어들의 대형사진만이 이곳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중앙역도 마찬가지였다. 2평 남짓한 조그마한 월드컵 부스에 만국기만 펄럭일 뿐, 흔한 안내방송 하나 없다.
독일월드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한국관광객들도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월드컵을 위해 배낭여행을 온 조민희씨는“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어디를 가봐도 월드컵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며“한달전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른 우리와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고 말할정도였다.
한국과 토고의 결전이 벌어지는 프랑크푸르트 스타디온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들뜬 마음으로 찾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녀 통틀어 세 개의 분데스리가 팀을 갖고 있고, 750여 축구클럽이 존재하는 독일에서 축구열기가 가장 뜨거운 도시이기에 더욱 의아스러웠다.
월드컵 분위기는 특별행사를 연다는 카페에서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시작도 안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독일의 우승을 기원하지만 팀 전력에 대해 냉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국의 뜨거운 분위기에 대해서는 “대단하다”면서도 “응원도 그렇지만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여부가 더 관심”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나치게 냉철한 태도에 거부감도 들었지만, 정작 우리야말로 지나치게 월드컵 열기에만 휩싸여 실익과는거리가 먼 월드컵을 치르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독일인들의 태도가 2002년 월드컵에서 ‘뜨거운 6월’을 보내고, 4강 신화를 이룩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볼 기회를 주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손재언기자 chinas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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