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북으로 넘어갔다.”
정부 당국자들은 6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 제12차 회의를 끝낸 뒤 이렇게 말했다.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 실시를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남측의 주장이 합의문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북측이 합의대로 군부의 군사보장 합의각서를 내놓는다면 원자재는 8월부터 제공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측 대표단이 군부의 양해 아래 이 같은 합의문에 서명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결과를 속단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남북이 절충점을 찾은 결과다. 남측 입장에서는 ‘열차 시험운행이 안 되면 경공업 협력도 없다’는 원칙을 지켜 시험운행 무산으로 구겨졌던 체면을 다시 세웠고, 북측은 경공업 원자재 확보라는 실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사실 회담 기간 내내 남측은 열차 시험운행 재개에 집착했다. 지난달 25일 시험운행 무산 이후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회담 초반부터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북측에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시험운행을 통한 철도 개통이 가져올 남북관계 업그레이드 효과와 함께 “한 번 합의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결국 남측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지렛대로 경제 재건이 다급한 북측을 압박, 다시 한번 열차 시험운행 약속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열차 시험운행 실시라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경공업과 지하자원 개발협력 합의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7월 10차 경추위에서 남북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경제협력 방식인 ‘유무상통’ 원칙에 합의한 뒤 첫 사례가 바로 경공업ㆍ지하자원 개발협력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신발, 의복, 비누 등 경공업 제품 제조에 필요한 8,000만 달러 상당의 원자재를 제공 받는 대신 아연, 마그네사이트 광산 채굴권 등을 남쪽에 보장키로 했다. 북한의 경제사정을 감안, 북측이 일단 대가의 3%인 240만 달러 어치의 아연, 마그네사이트를 올해 안에 상환하고 5년 뒤부터 1% 이자까지 적용해 갚아나간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북측이 약속대로 상환을 한다면 상업적 방식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의 실제 지하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치 않고, 채굴 가공시설 등도 남측이 지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기대를 모았던 한강하구 골재 채취 문제와 임진강 수해방지도 해결 원칙과 실무접촉 개최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최전선으로 북한 군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귀포=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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