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물러서면 다 죽게 됩니다. 우리를 차가운 강물로 몰아넣는 정부가 원망스럽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자격 독점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시각장애인들의 마포대교 고공농성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사태의 실마리가 풀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안마사로 생계를 유지해 온 이들에게 헌재의 결정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비장애인도 견디기 힘든 철야농성도 모자라 15㎙ 아래 차가운 강물로 몸을 던지며 항거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한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주 시각장애인 안마사 대표와 복지부 관계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헌재 결정 취지와 시각장애인들의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헌재 결정에 맞게 안마사업을 개방하되 일반인 참여 비율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각장애인들의 주장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가뜩이나 불법 퇴폐시설이 성행해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판에 일반인의 안마사 참여를 합법화하면 생존기반을 통째로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3년 전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현실적 파장을 무시한 채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난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강물로 뛰어드는 이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기는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 복지부가 4월 장애인의 날 기념식 때 모토로 내걸었던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헛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회부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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