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1904~5) 직후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 168장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주일본 독일대사관 무관으로 1906년, 1907년 두 차례 조선을 찾은 헤르만 구스타프 테오도르 산더(1868~1945)가 남긴 사진, 유물 등 300여 점을 전시하는 ‘독일인 헤르만 산더의 여행’을 14~8월 28일까지 펼친다.
산더는 러일전쟁의 주요 격전지 조사를 위해 1906년 조선ㆍ러시아 사할린ㆍ중국의 뤼순 등을 찾았으며, 1907년 다시 조선을 방문해 서울ㆍ수원, 원산ㆍ성진ㆍ길주 등지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유물을 수집했다.
그는 사진을 일정 순으로 정리해 사진첩으로 남겼으며, 1920년 한국에서 수집한 유물을 장부에 기록했다. 그는 모은 것들을 생활 용품, 회화, 소묘 등으로 분류하고 ▦‘나룻배에 앉은 남자 인물상’은 조선 황제가 주한 독일 영사에게 하사한 것, ▦‘1907년 105마르크를 주고 조선의 화가 황종구에게 주문해 받은 것’(화첩)이라는 식으로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그가 남긴 사진과 유물은 손자 슈테판 산더가 2004년 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공개되는 사진 168점 중에는 함북 성진에서 길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장승, 우마차, 이자는 월 5%였다는 설명이 붙은 전당포, 나무 하나 없이 벌거벗은 서울 무악재, 멀리 기선과 조선의 전통배가 가득한 부산항, 넓은 대로가 펼쳐진 광화문 앞, 경부선 안양역에 정차한 기차 등이 있다.
산더는 조선 독일어 학교의 한국인 교관 최태경을 통해 한국 자료와 유물을 수집, 통역사 고 씨와 여행길에서 알게 된 한국인 등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민속박물관은 “당시 헤르만 산더가 보았던 우리 문화를 100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재의 우리 관점에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