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홍승엽이 신작 ‘아큐(阿Q)’를 발표한다. 그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댄스시어터 온’이 9, 10일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다.
그의 작품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는다. 현대인의 문제의식을 뛰어난 유머 감각과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세련되게 풀어왔다.
이번 작품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중국 작가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루쉰의 ‘아큐정전’은 중국 근대화와 혁명의 와중에 희생되는 날품팔이꾼 아큐의 이야기다. 아둔하면서도 고집만 센 아큐는 부화뇌동 끝에 총살당한다. 홍승엽의 ‘아큐’는 소설 줄거리를 펼치는 건 아니고, 아큐로 대표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다룬다. 무거운 주제가 작품을 짓누르지 않도록 유쾌하게 풀어가겠다고 한다.
작품에는 중요한 소품으로 꽃, 칼, 고깔이 등장한다. 꽃은 치명적인 유혹을, 칼은 직접적이고 강렬한 충격을, 머리에 뒤집어쓴 고깔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우둔함을 상징한다.
홍승엽은 무용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현대무용 안무가다. 2000년 프랑스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달 보는 개’와 ‘데자뷔’를 공연해 현지 언론의 격찬을 받는 등 국제적 경쟁력도 갖췄다.
2004년 말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는 ‘올해의 예술상’ 우수상에 선정됐으나, “실제 공연도 안보고 비디오로 심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뒤 올해의 예술상은 비디오 심사가 사라졌다.
‘아큐’는 그 사건 이후 처음 내놓는 작품이다. ‘빨간 부처’(2001), ‘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2003)에 이어 LG아트센터와 공동제작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4시. (02)2005-0114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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